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흥디자인 May 20. 2020

오늘날의 은퇴 시기에 대하여

회사에서는 은퇴지만 내 인생에서는 시작점이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서의 '은퇴'는 몇십 년 동안 일한 후, 노년의 휴식을 위해 직장을 떠나는 것을 의미했다. 그야말로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일반적이었던 시절이었다. 우리를 위해 무던히 오랜 세월 일했던 부모님을 보며, 나 또한 그분들처럼 오랫동안 직장에 머무를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활발하게 일해야 할 나이에 직장에서 은퇴를 선택했다. 아버지 세대에서는 가족이 중심이었지만, 나의 세대에서는 나 자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자꾸 내가 깎여나가는 느낌이었다. 싫은 일을 하며 허송세월을 하기에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선택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내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호쾌하게 사직서를 내민다. 부모님 세대로 보면 한참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네 부모님은 참았지만, 우리는 참을 수 없다. 그리고 경쟁이 너무 치열한 사회에서 나를 죽이며 살기는 싫다. 유치원 시절부터 회사원 생활을 할 때까지, 누군가는 밟고 올라서야 내가 살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피 터지는 경쟁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경쟁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다. 잘 올라타면 승승장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톱니의 날카로운 날에 상처만 받는다.





다행히도,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가장 중요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경쟁에 지치고 상처만 가진 우리들은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자신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일을 선택한다. 사실 우리 모두는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라면서 사회가 원하는 한 가지 길만 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기 자신을 잠시 잃어버렸을 뿐. 모두 회사원이 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모두가 가는 길을 가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른 은퇴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 :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단점 : 경제적인 면, 사회적인 면에서 모두 후퇴하는 기분을 맛본다.



오지랖 넓은 누군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점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지만, 우리의 어른들이 나이 들어 퇴직한 후 느꼈을 감정을 먼저 느끼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다. 자꾸 무시를 받는 것 같다. 그래서 예전처럼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싶지만, 든든한 후원군이었던 회사를 박차고 나선 터라 쉽지가 않다. 다른 사람들과 같고 싶지 않아서 뛰쳐나왔건만, 나오고 나서야 같은 면이 있기를 바라는 모습에 모순을 느낀다. 이런 아이러니를 딛고 스스로 선택한 삶에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수많은 후회들이 쌓여가지만, 그래도 이른 은퇴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이 훨씬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직장이라는 시스템에서는 은퇴했지만, 내 인생에서는 새로운 시작점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주눅 들 필요는 없다. 100세 시대에서 하나의 직업만을 가지기엔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꼭 하나의 직업만 가질 필요는 없다. 그래서 지금의 직업을 즐기기로 했다.



이전 17화 창작물에 대한 가치 매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