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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May 12. 2020

자신감과 자존감 사이

한 글자만 틀릴 뿐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회사를 다닐 때에는 늘 자신감에 차있었다. 부모님과 독립해서 살았고 스스로 돈을 벌어 내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었다. 독립적인 여성이 되고 싶었다. 그 꿈을 이뤘다고 여겼기에 언제나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회사 생활은 유쾌하지 않았지만, 회사를 다닐 이유는 충분했다.






회사에 질릴 만큼 질려서 그만뒀을 때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감이 여전히 있었다. 내 의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간다는 생각에 오히려 자신감이 최고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월함을 자랑하던 내 자존심은 사업 실패로 한 번 꺾이더니, 프리랜서 생활로 이어지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일상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회사를 다니던 때와 완전하게 달라졌다.



자신감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떤 일이 꼭 그렇게 되리라는데 대하여 스스로 굳게 믿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다. 자신이 겪는 모든 일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생기는 안도감 같은 거랄까. 회사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었고, 그 규칙만 잘 지키면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퇴사하기 직전까지, 나는 스스로의 능력을 믿었다. 내가 속해 있는 분야에서, 누군가는 나의 실력을 인정해 줬기 때문이다. '말 주변은 없지만 일을 시키면 해내는 사람', '일처리가 무척 빠른 사람'.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준 모습 덕분에 자신감은 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퇴사 이후에는 나의 능력을 펼칠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내가 잘했다고 믿었던 능력은 회사의 시스템 틈바구니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었다. 잘 깔아놓은 길이 없으면 실력을 드러내 보일 수 없다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나의 자신감은 산산조각이 났다. 자신감이 무너진 자리에는 우울함, 무력감, 질투심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들어와 가득 채웠다.




질투심으로 잘 지내던 사람들과 연락을 끊기도 했고 끝없는 분노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분노는 나에 대한 것이었다. 결국 씩씩거리며 혼자 화를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무력함이 찾아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답답함이 꼭 고구마 백만 개 먹은 듯했다. 사이다는 언제 오려나, 기다리면서 힘든 시간을 버텼다. 이렇게 나쁜 감정들과 영원히 살아갈 줄만 알았는데, 시간이 답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이 감정들도 신기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맹목적으로 나를 믿었고 자신감도 충만했지만, 그 자신감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생긴 것이었다. 저 사람들보다 내가 나은 편이니까 내가 참 자랑스러워,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시작부터 좋지 않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거기에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넘쳤다.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기회를 잡아서, 나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나의 취약한 부분을 짚어내는 일은 하기 어렵고, 하기도 싫었지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내가 몰랐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잘 알게 된 후부터는 나를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누구나 한계는 있고,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까. 오히려 지금은 내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다른 사람들보다 나를 중요하게 여긴다.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자존감을 얻게 되어서 기쁘다. 누구보다 나는 나를 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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