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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Oct 21. 2023

쓰기, 나를 알려주는 멋진 나침반

나를 이해하고 싶은 나에게


며칠 전이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편집부를 거쳐 여전히 쓰기를 좋아하는 직장 선배와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에 이어서 언제쯤 퇴직하고 싶은지, 퇴직을 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꼬리를 물었지요.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어서 세계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하다 보니 재미나고 흥미진진한 대화였습니다.


 늘 일기로 육아와 직장 생활에 대한 일기를 쓰곤 하는 선배는 자신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겨울 여행이 춥긴 하지만 관광객들이 붐비지 않아 갈 만한 것 같아요.”


겨울여행을 추천하는 나의 이야기에


“나는 여름보다는 겨울 추위를 더 견디기 힘들어해. 그리고 내가 여행 가서 가장 좋아하는 건, 그 장소의 아름다운 모습에 내가 예쁜 옷을 입고 사진 찍는 것을 즐기거든. 여름과 겨울은 날씨도 다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은 하기 힘들어서 나는 여름 여행이 좋은 것 같아.”


분명하게 대답하던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은 참 자기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인식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답니다.


여러 나라에서의 한 달 살이를 시도해보고 싶다던 퇴직 후의 계획이 멋져서, 한 마디를 더 덧붙여 보았지요.


”한 두 번은 친구들이랑 가도 좋지만 익숙해지면 혼자 해외 한 달 살이도 좋을 거 같은데요?”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해. 하지만 그 혼자 있는 시간이 계속 이어지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야.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내다가 하루의 몇 시간 정도를 혼자 지내는 것,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 그래서 한달살이를 혼자서 갈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 친구들이랑 한번 정도, 남편이랑 한번 정도는 일단 가겠지?”


돌아오면서 이 선배님의 자기 이해 능력은 어디서 나왔을까?라고 생각해 보았는데 매일 쓰는 힘에서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막연히 추측해 보았어요.


 며칠 후, 저의 추측에 힘을 더해주는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저자, 심채경 천문학 박사님의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문학 감성이 있는 에세이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저와 비슷한 활자중독자. 소설 읽기를 매우 좋아하시고 일기 쓰기를 좋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힘이 드는 순간이면 메모장을 찾아서 자신의 감정을 써내려 가는 글을 쓴다는, 위기 상황에 대한 자신만의 응급처치이자 처방약을 가지고 있노라는 작가님의 답변이 지혜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진로와 관련해서 어떻게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 앞에서 작가님이 하신 말씀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대학에 가서 어떤 것을 전공하는 것과 상관없이 ”연구하는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사분의 일의 확률 중 천문학을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자기에 대한 생각과 고민, 탐색이 있어야 내릴 수 있는 동사형 꿈입니다. 그런 꿈을 품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아는 힘이 필요합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일기를 쓰는 사람이란 점이었지요.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의 특징, 쓰는 사람이 아닐까요?


저도 글쓰기를 하기 전까지는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타인에게 배운 것들 스스로가 쌓아 올린 고정관념의 벽 너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려준 것은 글쓰기였습니다. 세상이 말하는 좋은 것들이 아닌, 내면의 내가 말해주는 좋은 것들을 쓰기를 통해 알아갑니다.


덕분에 감기 기운에 헤롱 되는 이 저녁에도  글을 써내려 갑니다. 나를 더 이해하고 생각하는 글쓰기를 위해, 매일 시간이 갈수록 더 든든한 나의 편이 되어주기 위해 오늘도 써내려 갑니다.



나를 알고 싶은 당신, 나 자신의 편이 되어 주고 싶은 당신. 살며시 글을 써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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