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피가 삶을 꾸려가는 멋진 레시피, 독서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자신을 인정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
가끔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는 책, 로렌스 크레인의 <자기 사랑>의 한 구절입니다. 오랜만에 책을 펼쳐 이 구절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 저는 자신을 꽤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친구가 저에게
”너는 너 스스로에게 너무 인색한 거 같아. “
라고 말했을 때에도 그냥 웃어넘기며 속으로 생각했죠.
‘친구야, 사실 난 나한테 그렇게 인색하지 않아. 매일 아침마다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시간, 산책하는 시간, 글 쓰는 시간을 갖는단다. 하루의 가장 좋은 시간을 나를 위해서 쓰는 사람이야. 나는 꽤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책을 읽다가 이 문장 앞에서 망설이는 자신을 보니, 신기합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자신을 인정한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얼마나 나를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가 이룬 성과는 늘 누구나 해낼 수 있는 당연한 성과라고 여기고 칭찬하지 못했던 내 모습.
반면, 그걸 이루지 못했을 때면,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냉랭해지곤 하던 자신이 생각납니다.
최선을 다해도 이루지 못하던 순간들. 그 최선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알아주기는커녕 자책과 책망을 아끼지 않던 나.
늘 무엇이 부족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마음, 더 무엇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에게 집중하느라, 정작 그 모든 시간 시간을 충직하게 살아내는 나 자신에게 야박했습니다.
자신을 인정한다는 것은 성공의 순간, 예쁜 순간, 발전하는 순간의 나처럼 원하는 순간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아가는 나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
내가 하는 모든 성과에 누구보다 나 스스로 기뻐하고 환호하며 손뼉 쳐주는 것. 내가 해낸 실수와 실패 앞에서 누구보다 먼저 손 내밀어 주는 것 역시 나를 인정하는 일입니다. 그 모든 나를 인정하는 일들이 내 안에서 일어날 때, 비로소 타인의 인정도 기쁘게 받아들이게 되겠죠.
얼마 전까지도 누군가 나를 칭찬할 때마다
”다들 하는 건데요, 별거 아니에요. “
이야기하며 뒷걸음질치곤 했습니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일은 지금의 내가 <이미> 괜찮고 충분하다는 걸 알아주는 마음이 하는 일입니다.
이제는 타인의 칭찬에 웃으며
”그렇게 여겨주시니 감사해요. “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내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 해 봅니다.
어쩌면 친구는 나보다 나를 더 잘 보고 있었나 봅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애쓰는 시간도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지요. 또한 지금 충분히 괜찮고 소중한 나를 위해 마음을 쓰는 일, 나 자신을 인정하고 아끼며 격려하는 일도 나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차마 입술로 내뱉지 못한 마음속 말 한마디가 홀로 맴돌다가 책 속 문장 하나를 만나 신나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만남의 시간을 글로 써 봅니다.
그렇게 책과 나는 찰나의 경험과 마음을 스친 하나의 감정을 재료 삼아, 묘한 접점을 이루며 내 삶을 맛있게 익혀 갑니다.
차마 못한 말이 마음속에 많은 인프피에게 독서란, 조용하고도 느긋하게 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시간, 삶을 더 아름답게 꾸려갈 마법의 레시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