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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죽은 듯이 살지 않기 위해 내가 하는 일

도서관에서 '니체 읽기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성장은 태도에 달려 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
흡수력이 좋은 사람,
나아지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
생각하고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성장한다.

-마케터의 일 (장인성)-



태도와 성장, 내가 평소 목숨처럼 떠받드는 주제이다.

좋은 태도를 갖추고 나와 타인을 대하는 것도, 강한 성장 욕구를 가지고 생활에 임하는 것도, 내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정이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성장한다'는 말에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기도 한다.

굳이 다른 이의 인정이나 사랑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인정이나 사랑받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갖는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그러나 그러한 욕구가 강하면 강해질수록,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내가 크게 방해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의 기도>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co) -


어쩜 이런 기도를 올릴 수 있었을까 싶은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이다.

그가 기도했듯이, 나는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이전의 말은 모두 동의한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 흡수력이 좋은 사람, 나아지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 생각하고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 내가 되기를 원하고, 또 만나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늘 내 옆에 두고 싶다.

새로운 동기부여의 기회가 가득한 바다로 나를 힘껏 내던지고 싶다.

풍덩! 나를 거침없이 빠뜨리겠어.


그러한 바다 중 하나는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매주 월요일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서와 함께 하는 인문도서 읽기 시즌 3-니체 읽기('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이다. 



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동안 동양 및 서양 고전을 연구해오신 사서분께서 맡으신다. '시민들의 지적 욕구를 풀어주고 올바른 생활철학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라 하니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3주간이나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늘 눈이 내림과 동시에 갑작스레 추워졌다. 그랬는데도 단 한 분을 제외하곤, 참가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단히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학구적인 분들의 배움에 대한 활활 타오르는 의지는 추위보다 강했다. 밤에 이를 부딪치며 덜덜 떨게 하는 추위를 이겨낼 만큼 뜨거웠다.


그렇게 배움을 향한 뜨거운 열의가 있으신 분들과의 토의의 장은 무척이나 즐겁다.



니체의 철학은 어렵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싶은 문장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나누는 데 있다. 서로의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며 엄청나게 현학적인 문장이 '덜' 현학적으로 다가오는 데 있다.



니체의 철학이 어렵지만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서 오늘 어떤 참가자분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1장의 347절에서 '포도주와 물은 서로 비난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평화를 사랑하는 형제 같은 원소가 아닌가?'라는 구절이 있다.



'포도주와 물'이라는 비유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니체의 매력은 찰나의 생각을 빛나는 통찰로 이끌어내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도 무시하지 말고 깊게 사유해야 하며 순간순간 마주하는 것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독일인이었다면 당신은 좀 더 쉬운 남자였을까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20년 동안 글쓰기를 지도한 교수가 있다. 바로 낸시 소머스 (Nancy Sommers)로, 그녀의 학생들은 "글쓰기가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주장한다. '짧은 글이라도 매일 쓰라. 그래야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것이고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니체처럼 찰나의 순간에도, 생뚱맞은 소재에서도 깊은 사유가 가능한 사람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기적 같은 확률을 증명하며 사람으로 태어나는 기적을 얻었는데 '사유'하지 않으면 사람일 수 없다. '사유'가 없다면 사람으로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지한 삶이다.



나는 니체와 같이 매우 소소한 것에서도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것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하고 싶다. 독일에서 1878년에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발행한 니체는 현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강한 시사점이 담긴 아포리즘(aphorism)을 많이 선물해 주고 갔다. 매일 글을 쓰고자 하는 2020년의 나에게도 훌륭한 글감 소재를 아낌없이 던져주고 있다.

사유하고, 서로 나누는 삶.


저번에도 그랬지만, 오늘도 얼마나 글을 엮어 보고 싶은 경구들이 많은지 하나도 놓칠 새라 메모에 몰두했다. 몸은 도서관에 있으나 정신은 그곳을 탈출해 가끔 멍 때리게 될 때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나는 우리 도서관에서 월요일마다 니체를, 나의 성장 욕구를 부추기는 분들과의 만남이 대단히 기쁘다.



오늘 제1장을 마쳤다. 1장의 마지막은 408절 '저승 여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니체는 살아 있는 자들을 그림자로 보았다. 창백하고 불안하며 탐욕스럽게 삶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여겼다.



반면에 사후 세계의 사람들에게서 영원한 생동감을 보았다.

니체에게는 사람이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고, 죽었어도 죽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과연 살아있으나 이미 '저승 여행'을 하듯 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동감을 불어넣는 생을 살고 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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