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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네 운명부터 사랑하라. 그래야만...

나부터 사랑해야 해낼 수 있는 고귀한 행위는

# 모두를 위해 등불을 든 장님, 그는 과연 이타적인 사람인가?



<장님과 등불>

한 젊은이가 어두운 길을 가고 있었어요. 사방이 어두워 젊은이는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어요. ‘달빛이라도 길을 비추어 주면 좋으련만.’ 젊은이는 무릎에 묻은 흙을 털며 생각했어요. 그때 맞은편에서 불빛 하나가 천천히 다가왔어요. “아, 등불이다!” 젊은이는 밝은 빛을 보자 무척 반가웠어요.


젊은이는 등불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어요. 그런데 등불이 자꾸만 흔들리는 거예요. ‘이상하네. 등불이 없는 나보다 더 힘들게 걷잖아?’ 젊은이는 등불을 든 사람과 가까워졌어요. 주름살이 가득한 할아버지가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다른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걸어오고 있었어요.


‘등불을 들고도 잘 안 보이나?’ 젊은이는 하마터면 할아버지와 부딪칠 뻔했어요. “죄송해요. 밤길 다니기 힘드시죠?” “보시다시피 나는 낮이고 밤이고 다니는 게 힘들다오.” 할아버지가 등불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대답했어요. 할아버지는 앞을 볼 수 없는 장님이었던 거예요. “그럼 영감님께는 등불이 필요 없을 텐데요?” 할아버지는 웃었어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앞이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오. 내가 등불을 들고 있으면 상대방이 누가 오고 있다는 걸 알게 아니오. 그럼 그 사람은 등불을 보고 나를 피해서 갈 수 있을 테고. 등불 덕에 사람들이 나와 부딪치지 않고 비켜 갈 수 있으니, 앞이 보이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젊은이는 비로소 할아버지의 지혜로운 마음을 깨달았어요. 젊은이는 다른 사람까지 걱정해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나도 저 할아버지처럼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젊은이는 가슴이 따뜻해졌어요.       

- <이솝우화>


어둠 속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등불을 든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고개가 갸웃거리게 된다. 할아버지는 결국 당신을 위해 등불을 든 것이다.



과연 그는 이타적인 사람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 이웃 사랑의 정체, 그것은 무엇인가?



보통 타인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이기주의의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니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랑이야말로
이기주의의 가장 솔직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이로부터 나온 사랑의 개념이
이기주의의 반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이가 아닐 수 없다.

- <즐거운 학문>, 87.



인간은 결국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에 따르면 이타심이란, 이기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착한 탈을 쓴 이기심의 전략 중 하나이다.



이웃에 대한 너희들의 사랑,
그것은 너희들 자신에 대한 좋지 못한 사랑에 불과하다.
너희들은 너희들 자신으로부터 도피하여 이웃에게 달아난다.
그러고는 그런 행동을 하나의 덕으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러나 너희들의 ‘타인 지향적 헌신’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 있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01.



으레 '이웃사랑=매우 숭고한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그러나 니체는 '타인 지향적 헌신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 있다'며 반격의 말을 한다. '이타심은 이기심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진화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고귀하다고 믿어온 사랑이 결국은 이기심이란 말인가!!


이솝 우화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는 모두를 위해 등불을 든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당신의 편의를 위함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 글을 작성하며 떠오르는 뉴스가 하나 있다. 얼마 전 장애인분이 부산 파출소에 한 장 한 장 모아 온 귀한 마스크를 기부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분도 과연 이기심에 기반한 행동을 한 것일까? 기부를 했다고 해서 돌아오는 실리는 별로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연예인처럼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방금 전 그분 덕에 마스크 기부가 줄줄이 이어졌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많은 분들이 모두 이기심에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었을까?




한 장애인의 마스크 기부, '나눔 바이러스'로 퍼져

(출처: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00316018900641 )


# 아모르파티(Amor Fati)!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모든 이타적인 행위가 이기심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은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든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깊은 통찰을 해내는 니체는 경이롭다. 그의 어구는 우리를 내리치는 날카로운 메시지로 가득하다. 특히, 나를 사랑하고 삶을 긍정할 수 있어야 이웃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이웃을 항상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
그러나 그에 앞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86-287



아아, 그 유명한 '아모르파티(Amor Fati)-네 운명을 사랑하라'로구나!



내 생의 주체로 살아야만 타인도 품을 수 있다.

그러니 우선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아모르파티!!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
왔다가 한 번의 인생아

-김연자의 곡, 아모르파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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