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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용인자연휴양림에서

by 운해 박호진

용인자연휴양림 추첨에 당첨되었다며 대금 결제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추석 휴무 기간 동안에 이용하려고 9월 초에 자연휴양림 월 추첨제에 신청하였었다. 경쟁률이 120:1이었으니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정말 운이 좋은 듯하다. 평소에도 추첨이 어려운데 추석 휴무 중 1박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아들과 딸에게 알리고 일정을 맞추라 하였다.

용인자연휴양림은 모현읍 정광산 자락에 자리하여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평소에도 전국에 산재한 자연휴양림을 찾아서 삼림욕과 휴식을 즐겼었다. 용인자연휴양림도 시내와 가깝고 산책로와 어린이 놀이터가 잘 꾸며져 있어서 자주 찾았었지만, 숙박은 처음이다. 숙박 시설은 숲속의집, 숲속체험관, 목조체험주택, 캐빈하우스, 카라반 등 다양하게 있다. 내가 예약한 방은 숲속의집 느티골 8인실이다.

차례 지내고 모두 모여서 하루를 집에서 보내고 들뜬 기분으로 나들이 준비를 한다. 숙소마다 바비큐 시설이 있기에 삼겹살과 새우 고구마 옥수수 등을 사고 숯과 철망, 석쇠 등을 준비한다. 송편, 괴일, 음료 등과 간식거리로 먹거리가 푸짐하다. 와인과 소주도 빠트리지 않는다. 손주들도 좋아라하며 킥보드, 동화책, 크레파스 등을 챙긴다. 1박치고는 보따리가 참 많다.

입실 시각 3시에 맞춰 휴양림에 도착하였다. 잔디광장에는 나들이 온 가족이 엄청 많았다. 가장자리를 빙 둘러 저마다 텐트나 그늘막을 치고 자리 잡아서 더 끼어들 틈이 없다. 잔디밭에는 공놀이하는 가족, 연을 날리는 사람, 비눗방울 놀이하는 아이들, 아장아장 걸음마 배우는 아기들이 뒤섞여 가을볕을 즐긴다.

손주들 데리고 야영장 옆의 어린이놀이터로 갔다.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숲속 놀이기구들이 있다. 여섯 살 손자는 지레 겁을 먹고서 미끄럼틀 외에는 위험하다며 회피하는데 세 살 손녀는 기구마다 매달리고 그물망을 오르고 봉 잡고 건너뛰는 등 겁 없이 즐거워한다.

휴양림 숙박의 백미는 바비큐다. 아들이 불을 지피고 다들 도와서 탁자 가득 만찬을 준비한다. 먼저 새우를 구워내고 고구마와 옥수수는 은박지에 싸서 숯불 곁에 넣어두고 본격적으로 석쇠에 삼겹살을 굽는다. 입도 많지만 무르익은 분위기로 굽는 대로 사라진다. 곁들여 구운 대파 양파 버섯도 별미다. 군고구마와 옥수수까지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방으로 자리를 옮겨 아시안게임 축구 중계를 보며 한마음으로 응원한다. 집으로 손주들이 올라치면 층간소음 때문에 늘 주의를 시켜 안쓰러웠는데 오늘만큼은 실컷 뛰어도 좋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어둠에 잦아들고 밤하늘별과 함께 시월 초하루를 잠재운다.

다음 날 아침 계곡의 물소리가 잠을 깨운다. 목재데크길을 따라 ‘용인아이숲’ 쪽으로 산책을 나섰다. 습지관찰원과 야생화단지를 지나면 아이들이 숲 체험을 하도록 여러 가지 구조물들이 있다. 연신 매달리고 건너뛰며 즐거워한다. 윙하고 머리위로 집라인 스치는 소리가 들리니 하늘을 보며 저것도 타보잔다. 마침 축하비행이라도 하듯 패러글라이더가 청명한 가을 하늘로 유영한다. 아기자기한 시설들을 지나 산림체험관까지 다녀와 퇴실 준비를 한다. 가져온 짐이야 당연히 챙기겠지만 분리수거를 하고 준비한 종량제봉투에 폐기물처리는 기본이다.

손주들에게 추억을 안기고 꿈을 키워준 1박 2일을 모든 식구가 행복해하며 다음에 또 이런 기회를 얻자고 한다. 언감생심, 추첨 신청이야 매달 넣겠지만 당첨의 행운이 또 따를까? 안되면 아파트 베란다에 자리 깔고 전기불판에 고기 구워 먹자꾸나. 자주 모이기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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