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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애 Nov 17. 2020

혜민스님도 내려놓는다.

곤경에 처하셨나요?

혜민스님의 글을 읽으며 힐링을 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혜민스님의 내려놓음이 마음이 아프네요. 혜민스님은 7포(결혼포기, 출산포기, 내집마련포기, 꿈포기, 희망직업포기, 인간관계포기, 연애포기) 시대 힐링아이콘입니다.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혜민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해외에서도 잘 팔리는 월드베스트셀러입니다. 좋은 학교에서 공부한 엘리트이고, 시대와 마음을 잃는 통찰력을 지닌 선각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혜민스님의 내려놓음이 마음아픔을 넘어서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두렵기 때문입니다. 저런 분들도 비난받고 내려놓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건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무성해 지는 밤을 보냈습니다.


혜민스님뿐 아니라 잘 나가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누구를 해하거나 법을 어기는 등 특별한 악행을 저지르지 않아도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그러면 잘 나가는? 혹은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내려놓음이라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걸까요? 생각의 무성함을 뚫고 자의적으로 내린 내려놓음의 원인은 욕구에 있었습니다. 그 욕구가 욕심으로 비춰질 때, 혹은 버거워질 때 우리는 내려놓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욕구일까요?  


그것은 인정의 욕구입니다. 인정의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공부를 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모든 마음의 가장 은밀한 곳에는 타인으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공자님도 마지막까지 포기하기 어려운 욕구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성실히 노력하고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의 존경받고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부러움의 대상이 되면 사소한 것도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부러움이 대상이 된다는 것은 시기와 질투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곱지 않은 눈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그러니 말, 인터뷰, 옷차림, 사진, 메세지 등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신독(愼獨;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조심하고 삼간다) ’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인정의 욕구가 자아실현 혹은 이타적인 마음과 결합하게 되면, 선의의 목적을 가지고 이것저것 대외적인 일을 하게 됩니다. 좋은 생각을 남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글도 쓰고 효율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학교도 만들고, 책도 발행하고, 사업도 병행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말과 일치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견을 펼치기도 합니다. 시기와 질투를 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그런 순간의 기분 나쁨을 사람들은 곧장 알아챕니다. 이러한 것들이 화살이 되어 자신에게로 향할 때 내려놓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내려놓음이 인간적이고 인성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는 잠시라도 내려놓고 살피는 여유를 가지는 모습 속에서 성숙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확인합니다. 만약 지금 앞만 보고 달리 중에 강제 내려놓음을 당하셨나요? 그런 분들께 전합니다.  잠시 멈췄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숨고르기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왜?라고 억울한 느낌도 들 수 있습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앞으로는 인정받으려는 혹은 증명하려는 욕구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시 일어나세요.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또 찾아옵니다. 절망하지 않으면 관계는 다시 좋아질 수 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이 또한 지나갑니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립니다. 내려놓고 나면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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