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두 번째 비결을 기다리는 시는 분도 계실 것 같아서 철판 깔고, 오지랖 넓게 글을 다시 이어 가 봅니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제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제가 배드민턴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동네 하수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며 너그럽게 봐 주세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두 번째 비결을 봉인 해제하겠습니다.
원인을 생각하면 문제의 해결이 쉬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목적이 분명하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혼복이 어려운 원인은 선천적으로 체력과 체격이 다른 남녀가 필연적으로 대결구도를 맞닥들이게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또한 모든 시합에서 랠리의 목적은 득점인데, 네트를 사이에 두고 체력과 능력이 다른 남녀가 서로를 끊임없이 곤란하게 만들어야 득점의 기회가 찾아오는 대환장 파티입니다. 이제 원인과 목적을 분명히 하였으니, 문제 해결의 전략과 방법을 찾아 볼까요?
팔뚝의 문제는 아닌데 유난히 힘이 약한 제가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클리어 싸움하지마!” 이유는 간단합니다. 언젠가는 밀리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다가 봉창? 왠 클리어 타령? 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혼복에서 여자가 클리어 싸움하면 클리어하게 집니다. 그것도 상대편 여자가 아닌 남자랑 클리어 싸움하면 더 빨리 집니다. 여자가 뒤쪽에 있는 것은 지겠다는 의미입니다. 시간 차만 존재할 뿐이지요. 서서히든 빨리든. 이기고 싶으면 앞으로 들어갈 기회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합니다.
“오~ 혼복 좀 치네.”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자주 구사하는 볼은 미들 볼이라 불리는 애매한 스트록입니다. 누가 쳐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때리기도 애매한 그 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혼복의 판세는 달라집니다. 미들 볼을 도대체 왜 치는건데?, 위협적이지도 않은 저 볼을 잘 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당황스러웠지요. 때리기 좋게 올라간 그 콕을 안 때리고 저걸 저리 놓는다고? 그런데 그 애매한 스트록을 구사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 지금은 파트너가 스매싱을 안 때리든 못 때리든 불평하지 않으려 노오력(인내? 허허허)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들 볼은 그 볼 자체로는 득점으로 변환되지 않는 주춧돌 같은 것입니다. 득점의 토대를 마련해 주는 볼입니다. 미들 볼도 중요하고 그 다음 스트록도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미들 볼을 치는 이유를 생각해보셨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혼복에서 미들볼을 치는 이유는 남자를 꼬시기 위함입니다. ‘꼬시긴 몰 꼬셔?’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이 글을 제대로 읽고 있을 확률이 크네요. 남자를 앞쪽으로 불러들이기 위함입니다. 미들 볼을 상대편에서 넘겼다면, 더 한번 꼬시세요. 그 다음 스트록이 중요합니다. ‘컴 온 베이비? 베이비 원 모어 타임?’ 네 맞습니다. 남자 팔 닿는 곳에 드롭, 헤어핀 등을 '옛따~ 받아라~'하고 넘겨줘 더 들어오게 하세요. 이때 여자가 슬금슬금 뒤쪽으로 나가고 있다면 여자가 클리어를 치도록 꼬셔보세요. 남자가 앞쪽으로 들어오면 여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빈 공간을 커버 하기 위해 뒤로 나가거든요. 로테이션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지기 위한 로테이션.
그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 잡으셨지요? 남자를 앞으로 여자를 뒤로 보내기 위한 전략을 계속 생각하면서 랠리를 이어 나가야 합니다. 혼복을 잘하려면 “여자는 전위 플레이를 잘해야 해”라고 말하는데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각각의 스트록 예를 들어 전위 플레이에서 자주 쓰는 헤어핀, 푸시 등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을 보고, 그 공간에서 내가 상대편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움직이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며 스트록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 푸시보다 클리어가 효과적이고 위협적일 수 있는 것입니다. 남전여후(상대편은 남자를 앞으로 꼬시고 여자를 뒤로 보낸다는 의미임)의 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루틴? 많은 팀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경기를 운영을 합니다.
이런 난공불락의 팀을 만나면 도대체 어떻게 쳐야 할지 멘붕이 오게 됩니다. 특히 후반전에 멘탈이 털리면 따라잡기 힘들거나, 따라 잡히게 됩니다. 남전여후 전술 레퍼토리가 많은 탄탄한 팀은 후반전에 빛을 발합니다. 처음에는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 팀은 스매싱도 안 때리고 살랑살랑 치네~ 만만한데?' 이런 인상을 초반 주기 때문이지요. 초반에 한두번 먹혔던 어떤 강한 스매싱도 구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손 써보지 못하고 경기가 끝났다는 좌절감을 맛보게 됩니다. 이런 좌절감을 맛보셨다면, 당신은 이미 고수입니다. 알아야 그리고 느껴야 방도를 궁리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 군자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마음에 붙어서 온몸으로 퍼져 행동으로 나타난다.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온다. 입과 귀 사이는 겨우 네 치에 불과하니,
어찌 일곱 자나 되는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가?(순자) "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잘 치지도 못하면서 말이 길어지니 두렵기도 하네요. 동네 소인인 저로서는 온몸으로 행동으로 퍼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생각과 행동 사이만큼 먼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런 평범하고 작은 일상의 노력이 쌓이고 모여 비범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