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지애 Aug 06. 2020

어떤 파트너가 좋아요?

어떤 파트너가 좋아요?      


한새싹 : 어떤 파트너가 좋아요?

고수남 : 몰라서 묻나?

한새싹:  저는 잘 치는 사람이 좋아요. 헤헤

고수남:  잘 치는 사람은 널렸다. 정말 좋은 파트너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지. 이렇게 쳐 주면 좋겠는데 생각하고 있으면 그렇게 딱 쳐주는. 그러면 내가 다음 플레이를 예상할 수 있자나.    


 처음 배드민턴을 시작하는 초보자에게 게임을 함께 해주는 파트너‘님’은 위대한 ‘분’입니다. 마치 잘 걷지 못하는 아기가 뛰어야 할 때 들러업고 달려주는 엄마와 같은 존재라 할까요? 그래서 초심자일 때는 잘 치는 고수님들이 파트너를 해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민폐였는지 얼굴이 달아오르고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요. 하지만 레슨이 계속되고, 게임에 계속 참여하면서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기에 파트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특히 배드민턴 대회에 일정이 잡히면 파트너에 대한 고민은 날로 깊어집니다. 몇 차례 대회에서 광탈의 아픔을 수도 없이 겪고, 예선 통과의 기쁨도 누려보고, 본선 통과 후 입상도 해 보며, 나는 어떤 파트너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생각의 꼬리는 과연 좋은 파트너란 어떤 파트너인가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파트너가 왜 중요하냐구요? 대부분의 동호회나 클럽에서 배드민턴 경기는 복식으로 치러지게 됩니다. 그래서 파트너 없이는 게임이 불가능합니다. 파트너는 배드민턴 게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지요. 배드민턴 게임의 알파와 오메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파트너가 누구냐고 물으면 지금 나랑 치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실력에 상관없이 파트너는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사람입니다.


파트너에 대한 생각은 경기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를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자신도 어차피 누군가의 파트너이니까요. 그런데 좋은 파트너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니, 저 역시 그런 좋은 사람이 아니기에 반대로 나쁜 파트너의 모습을 먼저 생각해 보고 거기서 개선된 모습을 찾는 편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쁜 파트너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제1 유형은 유리멘탈형입니다. 멘탈이 약해서 생기는 나쁜 습관들이 몸에 밴 형입니다. 배드민턴을 포함한 모든 스포츠에서 정신적 강인함은 중요합니다. 어디 스포츠 장면뿐일까요? 일상생활에서도 정신줄은 생명줄입니다. 멘탈이 금방 깨지는 유리 같은 파트너는 일단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임이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 많습니다. 오죽하면 발보다 빠른 말 때문에, 말하다 콕을 놓치기 부지기수지요. 내뱉는 그 많은 말들이 파이팅 넘치는 격려가 아닙니다. 실수를 자책하고 포기하는 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문제이지요. 모든 경기는 심리전이라고 할 만큼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는 게임 상황 속에서 대놓고 자신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코트 안에서 쏟아내는 파트너는 감당하기 참 힘듭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지는 스타일이지요.


 제2 유형은 나혼자친다형입니다. 파트너 생각을 못 하거나 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력이 안 되서 아직까지 공간에 대한 이해나 수비나 공격에 대한 이해가 짧을 경우 파트너의 입장을 생각을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시간이 흐르면서 실력이 늘어 함께  칠 수 있는 형으로의 발전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문제는 실력이 있음에도 파트너 생각을 안 하고 자기가 치고 싶은 대로만 치는 사람들입니다. 치고 싶은 대로 치고, 서 있고 싶은 데 있어서 전혀 수비도 되지 않는 그런 황당한 플레이를 펼치는 스타일입니다. 등산 가는데 뾰족구두 신고 오는 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기 멋에 뾰족구두 신는 거는 좋은데, 신다가 다쳐서 파트너가 업고 내려와야 하는 경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점수를 내기 위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때  한 명은 앞에 한 명은 뒤에 서 있게 됩니다. 앞쪽에 서 있는 파트너는 뒤쪽 파트너에게 공격 찬스를 만들어 줍니다. 그러면 뒤쪽 파트너는 스매싱으로 공격을 해야 합니다. 스매싱 찬스에 스매싱을 때리지 않고 전혀 예측불가능한 스트록을 이어가면 앞쪽 파트너는 당황하게 됩니다. 만약 어정쩡한 하이클리어로 콕을 보내면 오히려 역공을 당하게 됩니다. 드롭을 놓으면 파트너는 앞쪽에서 다시 한번 뒤쪽 파트너가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입니다. 라면을 끓이면 김치를 꺼내놓고 짜장면을 시키면 짬뽕시켜 주는 그런 센스가 필요합니다.  


나혼자친다형의 최대 단점은 파트너의 요구나 조언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대한 실수가 계속되는 경우 서브 넣을 때나, 코트를 바꿀 때 이렇게 플레이를 했으면 하고 부탁을 하게 됩니다. ‘아 파트너가 나의 플레이 때문에 지금 힘들구나. 내가 나만 생각하는 플레이를 했구나’ 하고 파트너의 요구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경기의 흐름은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습니다. 파트너의 부탁을 듣는 둥 마는 둥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플레이는 승패를 떠나 ‘다시는 너랑은 배드민턴 안 친다’ 라는 절교를 부를 수 있습니다.


나쁜 파트너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는 좋은 파트너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좋은 파트너는 예측가능한 플레이를 하는 멘탈갑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파트너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심전심의 염화미소를 지닌 파트너일 것입니다. 파트너가 온전히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을 헤아려 말없이 응원하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입니다. 파트너십partnership이 좋으면 질 게임도 이깁니다. 중국의 고전인 사기에는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라는 말이 나옵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입니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파트너에게 고맙기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고수들의 경기를 보면 ‘지음知音’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거문고 소리만 듣고도 속마음을 알아내는 백아와 종자기처럼 등 뒤에 파트너가 콕 치는 소리만 듣고도 재빠르게 움직입니다. 파트너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삶에서도 그런 듯합니다. 친구가 고마울 때, 동료가 고마울 때, 가족이 고마울 때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그동안 힘들었지?” 이 한 마디에 눈물이 주루륵 흐를 때가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건네받은 차 한잔, 티슈 한 장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예측가능하게 행동하는 것이 사랑의 기본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안이라고 합니다, 예측할 수 없을 때 사람은 불안을 키웁니다. 불안에 휩싸이면 중요한 일들에 집중을 못합니다. 정신을 잃게 만듭니다. 사람 사이의 배려는 예측가능함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약속을 합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예측불가능한 시련을 마주하는 오늘 나에게 예측가능함을 선사하는 배려는 큰 힘이 됩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오늘도 다짐을 합니다. 파트너의 마음을 헤아려 예측가능한 플레이를 하는 이신전심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파트너의 장점을 파악하고 파트너가 가장 잘 칠 수 있는 스트로크를 안정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듭니다. 좋은 파트너는 파트너의 주특기를 살려주는 경기를 합니다. 기운 빠지는 잔소리를 늘어놓기보다는 응원의 미소를 보내주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정신줄을 잡아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드민턴 잘 치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