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치고 장구 치고

by 필이

모처럼

아이와 평일 저녁 외식을 한다.


냉면 한 그릇을 뚝딱!

뱃속으로 집어넣고 나니

배가 자꾸 불러오는 것이 이거 심상치 않다.


냉면이 이렇게나 배부른 음식이었던가?


보통 고기를 먹고 나면

입가심으로 먹는 메뉴가 아니던가?


여기 냉면은 육전까지 올려져서

그 양이 어머어마하다.


먹기 대장 필리가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하고 그만....


국물을 남기고 만다.

아까비~~.


빵빵하게 바람 들어간 풍선이

하늘을 나는 격이다.


나뭇가지에 스치기만 해도

'빵' 하고 터져버릴 태세다.


아이도, 엄마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대충 씻고는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는 부른 배가 주는

졸음에 코를 골며 잠든다.


분명, 초저녁이다.

8시도 되지 않은.


분명, 조금만 자고 일어날 거라고 한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눈을 뜬 시간은 다음날 아침,

4시 30분!


이럴 수가!

도대체 얼마를 잔 것인가.


주말에는 그렇게

자자고 자자고 해도

벌떡 일어나 지더니


아무 생각 없었더니

이렇게나 잠이 쏟아진 건가.


허무함도 아니고

뭔 마음인지 한동안

멍~ 하니 앉아 있는다.


5시가 다 되어서야

아침 루틴을 시작한다.


6시 40분.

아이가 일어난다.


아이가 먹을

과일이랑 음양수를

챙겨 맞은편에 앉는다.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니는 몇 시에 일어났노? 중간에 일어났나?"


"11시에 일어났지."


"그래가, 또 공부했나? 몇 시에 잤노?"


"과제도 하고 공부도 하고. 2시 좀 넘어서 잤을 걸?"


"그랬나? 근데 엄마는 와 몬일나고 그래 잤을꼬? 중간에 깨긴 했는데 그대로 다시 잤다. 화장실도 한 번 안 가고 죽은 듯이 잤다."


나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어이없음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럴 수 있지."


엄마 목소리에 힘이 없음을 느낀 것일까?

아이가 위로하듯 말한다.


"잘했나?"


뭘 듣고 싶은 걸까.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걸까.


저녁밥 배 부르도록 먹고

겨울잠 자는 곰이 되어 버린 엄마,


곰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확답이라도 듣고 싶었던 걸까.


아무 말 없는 아이를

다시 재촉한다.


"잘했나? 엄마 잠 많이 잔 거 잘했나?"


"잘~~~~~~~~했는지는 모르겠고, 그럴 수 있지."


뒤에 말은 못 듣고, 아니 안 듣고

앞에 말만 듣는다.


"잘했어? 뭐가 잘했어?"


"뭐가..... 잘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잘..... 그럴 수 있지."


당황한 건가.

왜 더듬고 그러냐?


"아무튼 위로 해준 거지? 엄마 잘했다고 해준 거지?"


"어~~~~~~."


대답의 끝을 흐리며

아이는 방으로 들어간다.


영상 편집 할 때 그거 있지 않는가.

페이드아웃하는 그것!


그것처럼 대답 끝이 점점 작아진다.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등 뒤로 흩어져버린다.


왠지

엄마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한 것 같다.


그래도 아이가 잘했다고 해줬다.

그럴 수 있다고 위로도 해줬다.


또 혼자 북 치고 장구 친다.


하루 정도 잠 많이 잔 게 무슨 큰일이라고!

안 그런가?


그래도 어이없긴 하다.

어떻게 그렇게나 잘 수 있는지.


웃음이 난다.

어이없는 웃음이.


그나저나

냉면 먹고 바로 잤더니

손이며 얼굴이며 퉁퉁 부었다.


똥글똥글

곰돌이 푸가 되어 출근한다.


아들 녀석,

없는 말 하면 어떻게든 표가 나는 게

지 엄마랑 똑같구먼.


어쩌겠는가.

그 엄마에 그 아들인 것을.


아닌가?

그 아들에 그 엄마?

푸핫!


또 혼자 북 치고 장구 친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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