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내 눈에 색안경

by 필이


아이를 데려다주러 가는 길입니다.

맞는편 쪽에 할아버지가 서 있습니다.


트럭을 세워둔 채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습니다.


'하늘을 찍나 보네~!'


라고

생각을 하자마자

또 다른 생각이 올라옵니다.


'어? 할아버지가 사진을 찍나?'


스치듯 지나며 든 생각입니다.


아이를 데려다 주고 다시 그 길을 되돌아옵니다.


할아버지가 멈췄던 그 길에 차를 세웁니다.

할아버지가 서 있었던 그 자리에 저도 서 봅니다.


무엇을 찍으셨을까 제 폰으로 담아봅니다.



핸드폰이 가로로 되어 있었으니 마지막 사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모습이 맞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더 높은 하늘을 찍으셨을 수도 있고

하늘 너머 그 무언가를 찍으셨을 지도 모릅니다.


핸드폰을 높이 들고 계셨으니

하늘을 찍으신 건 맞는 것 같기는 합니다.


정확히는 무엇을 담으셨는지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저에게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하늘 사진을 찍으면 안되었던 것일까요?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시골

트럭

희끗희끗 하얀 머리

조금은 낡은듯한 일복 같은 옷차림


이런 것들이 하늘 사진을 찍는 게

낯설게 느끼게 한 원인이었던 것일까요??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는

하늘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 것일까요?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는

트럭을 몰고 다니는 할아버지는

좀 낡은 옷을 입은 할아버지는


하늘을 담으면 안되는 것일까요?


제 무의식은 그렇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선입견이라고 하지요?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시골일 한다

시골일 하는 할아버지=땅보며 일한다


이런 생각들이 은연 중에 저를 지배했었나 봅니다.


미라클모닝챌린지를 하며

아침 일찍 빨간목욕탕을 갑니다.


시골 복지회관 목욕탕

작고 낡은 목욕탕


열 분 남짓 늘 만나는 분들 중에

대여섯 분이 몸에 맛사지를 합니다.


뽕잎가루에 꿀을 버무리거나

몸에 좋은 곡물가루에 우유나 두유를 섞거나


천연곡물맛사지크림을 만들어

온몸에 바릅니다.


정말 정성껏 바릅니다.


얼굴에 제일 먼저 바르고

몸에도 바르고 서로의 등을 발라줍니다.


목욕하는 시간 대부분을

정성껏 자신의 몸에 투자합니다.


처음엔 이 모습을 보고도 놀랍니다.


시골 할머니=시골일 한다

시골일 하는 할머니=맛사지랑 거리가 멀다.


혼자서 이렇게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골할머니가 몸에 맛사지를?

저의 선입견이 산산히 부서진 순간이었습니다.


제눈에 씌어진 색안경을 깨야 하는 것입니다.


시골일 하는 할머니가

자신의 몸에 맛사지를 하면 안되는 것일까요?


사실 저야말로 게을러서

제몸에 투자도 안하고 사는데 말입니다.

순전히 게을러서 말입니다.


얼마나 많은 색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는 아침입니다.


색안경을 벗어야 합니다.

색안경을 깨버려야 합니다.


이것이 저를 가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색안경이 제 세상을 좁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맨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의 자유를 누리렵니다.

.˖ᕱ⑅ᕱ .

꒰*◕▵◕*꒱.*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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