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 밥냄새에 그리움이

by 필이

어슬렁거리며 걷는 필이에게

스멀스멀 냄새가 다가옵니다.


이미 6시는 한참 지났고

아침이 밝아오는 하늘입니다.


어제 오후에 내린 세찬 빗줄기에

여름더위는 다 물러간 것인지

시원한 가을이 아침을 맞이합니다.


가을이다.

시원하네.

아침이구나.

나뭇잎 색깔이 변하네.


이리 저리 어슬렁거리며

가을을 담던 필이에게

맛있는 밤냄새가 옵니다.


정확히는 필이의 코로

냄새가 들어오는 것이겠지요.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코를 벌름거려보지만

어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아파트이건만

어느 동인가만 겨우 느끼고 맙니다.


아파트에서 맡는 밥냄새가 신기합니다.

그것도 이리 깨끗한 아침에 말입니다.


밥냄새가 하얀 물을 가르며

동그랗게 퍼져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언젠가 그 누군가가 말해준

동심원처럼 말입니다.


밥냄새가 중심이 되어

동그랗게 동그랗게

세상을 향해 퍼져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누군가의 든든한 아침밥이 되어

그렇게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라고!


밥냄새를 맡는 필이도

두 다리에 힘이 생기는 듯합니다.


밥냄새는 소리도 없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조용한 밥냄새!


이 아침 밥냄새는

혁명의 깃발을 꽂는 것만 같습니다.


아침밥이 주는 혁명!

아침밥이 주는 힘을 느끼라고!




언제부터인가

아침밥을 먹지 않게 됩니다.


달걀 스크램블을 해서 먹거나

김에 싸서라도 한 숟가락씩 먹던 아침밥이


어느 순간부터

콘푸라이크로 바뀌고


어느 순간부터

빵과 우유, 주스로 바뀌고


어느 순간부터

삶은 달걀로 바뀌고


어느 순간부터

과일 몇 조각으로 바뀝니다.


아침의 변천사가 술술 나옵니다.

괜히 웃음이 납니다.


바쁘다

시간이 없다

잠이나 더 자자


핑계대며

아침밥은 없습니다.


아침이 중요하다

아침이 든든해야 한다

아침을 먹어야 두뇌가 잘 돌아간다


말은 하면서

정작 아침밥은 없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든든함을 채워줄 아침밥!


아침밥을 먹는 여유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그 옛날 필이는

아침을 굶으면 안되는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따끈한 국과 함께

따뜻한 밥으로 아침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국을 좋아하는 막내를 위해

아침부터 국을 끓였을 엄마!


이 기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엄마도 분명 일을 하셨는데 말입니다.


어떤 기억은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일을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따뜻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우린 그 기억의 끝을 잡고

따뜻하다 간직하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가

날마다 해주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날마다 해줄 수도 없으셨을 테지요.


하지만

언제나 엄마의 마음은

따뜻한 밥에 따끈한 국을 끓여

자식을 먹이는 것이었습니다.


필이는

그 마음을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해주었던 그 아침밥을

간직하는 것입니다.


잠결에 들은 도마 소리

국이 끓는 냄새


필이는 자고 있는 시간,

부엌에서는 잔치가 펼쳐집니다.


각각의 재료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으로 탄생되는 멋진 잔치!


하나하나가 모여

커다란 하나를 만들어내는 삶의 잔치!


이 잔치가

잠에 빠진 필이에게

잘 간직되어 남아있는 것입니다.


아침밥냄새에

먼 과거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아침입니다.


그곳에는 젋고 예쁜

울엄마가 있습니다.


"숙아, 일어나 밥 묵어라."


아침잠 많은 막내를 깨우는

울엄마가 있습니다.


그리운 아침입니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