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어느새 열여덟 번째 편지가 되었다.
지금은 우리 함께
거제도에 와 있구나.
엄마의 언니,
그러니깐 너에게는 이모가
우리 식구
하루 푹 쉬다오라며
숙소를 제공해주었다.
언젠가도 한 번 왔던 곳이라
더 편하고 좋구나.
바다가 보이는
커다란 창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곳.
바다를 보며 잠들고
바다를 보며 깰 수 있는 곳.
지금도
밤바다 소리가 우리를 평안하게 한다.
아들아,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지만
그렇지가 않다.
오는 길에서
너와 엄마가
진솔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시작은 엄마였지.
엄마에게 좋은 일이 있지 않니?
오늘부터 공저 시집이
사전예약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으로 살아난 엄마가
전날 있었던 안 좋을 일을
먼저 이야기 했다.
엄마가 또 사기 당한 사건.
미션으로 신나게 하던 곳 이야기다.
환급이 밀려도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 일정이 밀려도
아무런 의심 없이
즐겁게 미션에 참여한 자신이
너무도 바보 같다는 말을 했지.
예전에 당한 사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글로 마음을 표현하고
많은 블로그 이웃분들이
위로해주고 힘을 주어
땅굴 오래 안 파고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시작된
시집 사전예약 이벤트 준비하느라
우울할 시간이 없어진 것도 기쁘다고 말이다.
엄마가 진솔한 이야기를 시작해서인지
너도 곧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은
너도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서 말이다.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엄마 심장이 쿵 내려 앉더구나.
어떤 안 좋은 일이
내 새끼에게 일어난 건지
걱정부터 앞서더구나.
엄마는 침착하려 애썼다.
표가 하나도 나지 않도록
앞만 보며 운전을 했다.
네 말을 잘 듣고 있음을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손을 살짝 잡는 걸로
대신 하면서 말이다.
넌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몇몇 대학이 조기 발표를 했다고 했다.
네가 기대한 곳에서 떨어지고
혹은 대기자라고 했다.
발표가 난 곳, 단 한 군데도
합격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아직 최종 결정은 아니고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곳도 더 많지만
네 자신이
별볼일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이다.
자신이 없어진다고 했다.
남은 곳에서도 모두
안좋은 소식이 들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다 떨어지면 재수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너의 목소리는 풀이 죽었다.
자신이 작아보이는 그 느낌.
엄마도 그것이 힘든 것이었다.
사기를 당해
당장의 몇백만 원이라는 돈도 아깝지만
그보다 더 한 것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것
사람이 두려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두려움은
나자신이 바보 같게만 느껴지는 것
왜 이렇게 바보인지
자신을 자꾸 탓하게 되는 것이다.
너도 그렇다고 했다.
네가 해온 공부가
아무것도 아니었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잘한다 생각한 것이 사실은
잘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한없이 작아지고
자신이 없어진다고 했다.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엄마는 침착했다.
손을 꼭 잡을 뿐이다.
그리고 들어줄 뿐이다.
넌 마지막쯤 되어서야
아직 결과가 다 나온 것이 아니니
기다리겠다고 했다.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이
커다란 운명 앞에 서 있는 것 같다면서 말이다.
농어촌 전형 자체가
극소수 아이들을 뽑는 것이라
모 아니면 도라고도 했다.
네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이지만
전국에서는 많이 모자란 것 같다고
걱정을 한다.
네가 늘 하던 말처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다리는 것밖에 없으니
기다리자꾸나.
좋은 소식 있기를 기다리자꾸나.
힘든 이야기 해줘서 고맙다.
너에게 해준 말이 겨우 그거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말도 못하고 마음 고생 했겠구나.
아이고 내 새끼.
엄마가 한 말이란 게
이게 다다.
하지만
넌 엄마의 이 말에 마음이 편해진 듯 했다.
어쩌면
말하고 났기에 홀가분해진 건지도 모른다.
네게 발표가 언제인지 묻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은연 중에
기대하며 기다리는 엄마를 느꼈을테니
말하지 못하는 네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느라
감기도 걸린 건가
마음이 아프더구나.
그리고 그런 생각이 스쳤다.
엄마가
너 서울 가고 혼자 있을 생각에
요란스럽게 굴어서
이런 건가.. 하는 생각.
엄마도 별수 없이
또다시 자신에게 화살을 쏘고 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렴.
아주 잠깐 스친 생각이니깐.
유별나지 않다.
네가 엄마 곁을 떠나게 되든
재수를 하며 한 해 더 머물게 되든
모든 것은 흐르는 대로 받아들일 거란다.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마음을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
엄마 바람은 이것이란다.
이번 여행은
너에게도 엄마에게도
꼭 필요했던 것 같다.
엄마도,
사기 당하고도
단 하루 죽을 고통 속에 살다
이렇게 살아날 수 있었고
너 또한 말 못해 무거웠던 마음
조금은 털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들리는 저 밤바다에
나쁜 마음
무거운 마음
다 털어버린 게다.
언니에게
고맙다 해야겠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인데
바다와 함께 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삶을 회복하는구나!
참 고맙다.
너와 손잡고 걷는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고마운 내새끼.
예쁜 내새끼.
1박 2일
짧은 여행이지만
우리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즐기자꾸나.
아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신나게 즐기자꾸나.
^^*
우리
남은 시간도
더 행복하자.
사랑한다.
예쁜 내새끼야~
어찌 욕 같기도~
^^;;;;
2025년 12월 6일
늦은 10시 55분.
밤바다와
네가 틀어놓은
플레이리스트 음악이 함께 하는 밤에
너와 내가
아들과 엄마가
널 사랑하는 엄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