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스물여섯 번째 편지를 쓴다.
2026년 새해가 밝았고
넌 스무 살이 되었다.
새해 둘째날,
친구들과 당당하게 술을 사서 마시고
술냄새를 풍기며 돌아온 아이야,
네가 아무리 성인이라며 그래도
엄마 눈에는 아직도 아이인 걸 어쩌면 좋으냐.
어젯밤 잠들기 전 인사에도
이런 말을 했다.
너를 안으며
이제 다 큰 아이야, 잘자라.
니가 아무리 성인이 되어도
엄마 눈에는 아이다.
잘자라.
넌 여느 때랑 똑같다.
"응"
간결한 한마디로 모든 대답을 대신 하지.
평소에는 수다도 잘 떠는 녀석이
엄마의 애정 앞에서는 쑥스러운 게냐?
이토록 간결한 한 마디라니!
이것조차 귀여우니
엄마 눈에 콩깍지는 언제쯤 벗겨지려는지.
^^*
어제는 연세대학교에 부칠
서류 원본을 챙기더구나.
여행삼아 엄마와 같이 가서
직접 제출하고 싶다고 하던 너인데,
엄마가 평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등기우편으로 부치기로 했다.
아쉬워보이더구나.
미안한 마음에
기숙사 가는 날은
엄마가 무조건 동행할 거라고 큰 소리 친다.
2월 말이 될테지.
주말에 가능할 테고.
너가 엄마집을 떠나
기숙사로 들어가는 날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 글을 쓰며 느낀다.
위 글에서 잠시 멈출 수밖에 없다.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이제 다시 돌아온다.
아니다.
눈물이 약간 차오를랑말랑하지만
흐르지는 않는다.
그러니 괜찮다.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생각하며
미리 당겨 슬퍼하지 않을 거다.
슬프긴 뭐가 슬프냐!
잘 큰 자식이
제 길을 찾아 떠나는 기쁜날인데!
그럼,
엄마 그날 기쁨의 눈물을 흘리마.
아니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 거다.
예쁜 내새끼.
기특한 내새끼.
내일이면 넌 또다시 엄마와 서울로 간다.
이번에는 엄마 일정을 함께 하는 것이야.
토요일은 '읽씹데이'라는데 아주 흥미롭구나!
사유숲 출판사에서 첫 시집이 나오고
그것을 기념하여 출판기념회를 한다는데
아무튼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궁금해서 일찍부터 가고 싶을 지경이야.
일요일은 엄마 시집 북토크가 있는 날이다.
이번에는 사회자로 진행까지 하다보니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자리다.
여태 괜찮다고 했는데 날짜가 다가오니
살짝 떨린다.
이미 전체를 다 계획했고
시뮬레이션까지 몇 번을 돌렸는데도 말이다.
잠결에도 북토크 진행을 하고 있는 걸 보니
긴장도 되나 보다.
중요한 자리에 네가 함께 한다니 참 좋구나.
살짝 떨려도 괜찮을 것 같다.
든든한 네가 지키고 있으니~^^;;
토요일도 일요일도
여행처럼 우리 다녀오자.
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하고 싶은 선택으로 말이다.
당연히 주어져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능률도 오르지 않고. 그치?
같은 것이라도
달리 생각하는 거다.
당연히가 아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다.
우리를 더 흥미롭게 해줄
재미있는 인생.
우리가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삶!
우리 그렇게 살자.
같은 것이라도 달리 보면서
주어진 것도 선택으로 생각하면서
즐겁게 살자.
선택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르지.
그 책임마저 신나게 질 수 있도록.
우리 매순간을 행복으로 채우자.
그래
그렇게 살자꾸나.
내일도 모레도
너와 함께 할 그 모든 시간들을 기다리며
기대와 설렘으로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오늘도 재밌게 살고
저녁에 만나자.
예쁜 내새끼야.
스물 살이 되어도
성인이라며 당당하게 술을 마시고 와도
여전히 예쁜 내새끼야
사랑한다.
억수로 많이!
^^*
2026년 1월 9일
이른 아침 6시 39분.
정목스님 명상음악에
마음이 고요해진 탓인지
괜히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사랑한다.
예쁜 내새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