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 암흑의 밤은 지나갔다!

by 필이

다리 경직이 시작된다.

자다가 놀라 깨기 시작한다.


왼쪽 발바닥에서 시작하는 경직은

왼쪽 종아리까지 뻗어간다.


오른쪽 발등에서 시작하는 경직은

발가락을 뒤틀어놓는다.


빨리 풀리 않으면

발목이 비틀리고

종아리에 뭔가가 튀어나온다.


근육이 순간 경직되며

뭉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 이 일을 겪을 때가 생각난다.


몇 해 전이었나?

그리 오래 전은 아니다.


다리 저림과 뻣뻣함, 경직 정도는

예사로운 것이 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시작된다.


이 아이들은 365일 함께 한다.

24시간을 나와 꼭 붙어 산다.


다리 자체가 뒤틀린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한두 해 전쯤이었을까?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자다가 갑자기 시작된 경직!


평소처럼

저리고 근육이 뭉치고 끝날 줄 알았건만

이 날은 어찌된 일인지

경직이 끝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오른쪽 발가락이 비틀리더니

오른쪽 다리가 완전히 뒤틀려버린다.


건들지도 못할 정도의 고통이 함께 한다.


종아리 옆 쪽으로

뭔가가 툭하고 튀어나온다.

아기 주먹만하다.


오른쪽 발목이

완전히 바깥으로 꺾여버린다.

어찌할 수가 없다.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견딜 수 없이 아프다.


뭔가가 다리 근육 사이에 끼어

짓누르는 것만 같다.


아니,

도축당하는 짐승처럼

무엇인가가 뼈와 뼈 사이를

찢어놓는 것만 같다.


아프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고통에 어찌할 줄을 모른다.

산고의 고통에 비할 바가 된다.


몸이 말린다.

고통으로 몸이 저절로 말린다.


맥반석 위에 구워지는 오징어처럼

몸이 저절로 말린다.


그럼에도 손은

죽기 살기로 다리를 주무른다.


어떻게든 튀어나온 것을 펴기 위해

바깥으로 틀어진 발목을 제자리에 갖다 놓기 위해

용을 쓰며 다리를 주무른다.


아니

아픔보다 더 큰 것은 두려움이다.


이대로

이대로


다리가 완전히 틀어져버릴까봐

완전히 바깥으로 틀어진 채 마비가 올까봐


두렵다!

두렵다!

두렵다!


풀어야 한다.

튀어나온 이것을 풀어내야 한다.


이것을 풀지 않으면

더더욱 고통이 따른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입술을 깨물어도 튀어나오는 고통에

아이가 놀라 쫓아온다.


아이도 나도 달라붙어 다리를 주무른다.

튀어나온 곳을

어떻게든 바로 집어넣으려고 한다.


아프다.

찢어진다.

고통이다.


몸이 뒤틀리는 고통이란 건

바로 이런 것이다.


아무리 경직이 와도

몇 분이면 풀리던 것이

이날은 10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


아이도 두려워한다.

무서워한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며 당황하는 아이의 얼굴!


그것을 볼 겨를도 없다.

다리에 달라붙어 풀어내기 바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더이상 안되겠다며 119를 부를려던 그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주아주 천천히


경직이 풀리는 것을 느낀다.


이날 밤의 통증은

몸에만 상처를 남긴 것이 아니다.


필이에게 각인이 되어버린다.


언제라도 다리가 뒤틀릴 수 있다는 걸

언제라도 다리를 끌며 다니게 될 수 있다는 걸


지금의 뒤뚱거림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의 삐딱거림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 의지대로 걸을 수 없게 될까봐

그것이 가장 두렵다.


찬바람에 우울해지는 건

바로 이때문인 건가.


두꺼운 이불을 꺼내

다리를 덮는다.


제발 오늘밤은 무사히 잠들기를!


욕심내지 않는다.


저림

뻣뻣함

나무토막 같은 느낌

잠깐잠깐의 뒤틀림

그리고 경직


이 정도에 감사한다.

더이상 욕심내지 않는다.

내 몸에 한탄하지도 않는다.


다만

찬바람에 다시 시작되는 다리 경직이

우울을 가져올 뿐이다.


그래도 살아있다.

오늘도 살아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나에게 주어진 오늘


그것이면 충분하다.

감사하며 오늘을 살 것이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