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 시집 한 권을 머리맡에 두고

by 필이

초저녁 6시!

잠깐 눈을 붙인다.


"엄마, 저녁은……."

"응, 엄마, 더 자. 혼자 챙겨 먹을게."


멀리서 아이 소리가 들린다.

그대로 잠 속으로 빠진다.


얼마나 잤을까?

잠결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냄새는 코로 들어와 뇌에 머문다.


잠이 깨어 거실로 간다.

아이가 혼자 밥을 먹고 있다.


"유튜브 보고 달걀찜 했는데. 이거 되게 쉽네?"


리챔을 굽고 달걀찜을 했단다.

맛있다며 저녁을 먹는다.


포도 몇 알 꺼내 입에 넣는다.

오물오물


포도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잠 속인 건가?


입을 헹구고 양치를 한다.

포도를 먹은 건 현실이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제법 도톰한 이불이다.


'조금만 더 자면 되겠지?'


알 수 없는 잠이 덮쳐온다.

잠이 잠을 부르는 것인지

피곤한 몸이 잠을 부르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친 마음이 잠을 부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오래 전에도 이런 적이 있다.

초저녁부터 잠들어 새벽 일찍 깬 적이!

그렇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하지 못한 건

새벽 일찍 일어나 하면 된다.


그러니 지금은 자자!

쏟아지는 잠에 깊은 생각조차 없이

잠으로 빠져든다.


잠결에 오른쪽 다리에 경직이 왔고

엄마 괜찮냐며 아이가 뛰어 왔고

괜찮다며 다시 잠들고

아이가 다리를 주무르고


이또한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눈을 뜬 시간

새벽 4시!


꼬박 10시간을 잔다.


그러고도 이것이

꿈 속인지 잠 속인지

아침인지 밤인지

헤맨다.


그제야 안다.

지쳤음을!

몸도 마음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하지 않으면 헛되다는 미련 속에


끊임없이 쏟아내고

끊임없이 집어넣고


이제야 안다

지쳐가고 있음을!




시집 한 권이

머리맡을 지킨다


시집을 읽을 여유도

시집을 읽고 싶다는 강박도

모두 머리맡에 둔다.


오른쪽 다리의 뻣뻣한 통증이

간밤의 경직이 꿈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