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노오란 사랑이 꽃가루 되어

by 필이

달맞이 꽂이 잘렸다

달을 사랑한 죄밖에 없던

노오란 달맞이꽃


세상이 불그스름 어둠에 잠길 때면

노오란 꽃잎 활짝 열어

사랑하는 이를 향하던

달맞이꽃


사랑하는 이에게 닿고 싶어

한없이 키를 키우던

노오란 달맞이꽃


어둠에 더욱 반짝이는

펄 파우더 듬뿍 뿌린 채

사랑하는 이 봐달라 맘껏 뽐내던

노오란 달맞이꽃


푸르스름 새벽별과 노니느라

나를 보지 못해도

그 사랑 한없이 깊어

노오란 꽃잎 활짝 더 활짝 열어본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낮이 가고

밤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더니

겨울이 왔다


그리고 어느날

달맞이꽃이 사라졌다


사랑하는 이를 찾아

밤으로 떠난 건가


깊고 깊은 밤으로

높고높은 하늘로


사랑하는 왕자님을 택한 댓가로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처럼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사라짐을 택한 건가


다시 봄이 오고

어디선가 날아든

노란 꽃가루

지난 겨울 홀연히 사라져간

너의 향기인가


달을 사랑한 죄밖에 없는

노오란 달맞이꽃

보랏스름 세상에서

다시 태어날

노오란 달맞이꽃


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