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서른세 번째 편지를 쓴다.
오늘도 넌 새벽 첫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단다.
아직 몸도 성하지 않은데
그렇게 보내려니
마음이 놓이질 않아.
그걸 아는지
넌 잘 도착했다고 연락을 주었다.
괜찮은 거지?
이번 설에는
아빠집에 며칠 가 있기로 했었지.
하지만
네 감기가 심상치 않아
되돌아와야 했단다.
죽을 먹고 싶다는 너에게
끓일 줄 아는 거라고는
흰죽밖에 없는 엄마는
마트에서
죽이라는 죽은 종류별로 다 사와버렸다.
그거라도 맛있다고 먹던 녀석이
하루 먹고는 못 먹겠다고 하더구나.
요리 못하는 엄마
음식 못하는 엄마는 이럴 때
좌절한다.
너에게 참 미안하다.
전복 같은 거 사다가
죽을 끓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다못해
본죽이라도 사다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가 사는 시골에는
죽집 조차 찾을 수가 없다.
아플 때마다 느낀다.
도시로 나가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병원 다니기가 힘드니깐.
건강할 때야
엄마가 운전을 하니 괜찮지만
더 나이 들고
내 몸이 아파지면 운전을 하지 못하잖니.
그러면 이곳에서는 병원다니기가
너무도 힘이 든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시골에 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가 시골에서 살고 있으니
건강하고 돈 많다고 생각하자.
아하하하하
이 무슨 궤변인지.
아픈 너에게
보양식 죽 하나 끓여주지 못하고
보양식 죽 하나 사다주지 못한
미안한 엄마 마음이란다.
이번 설은
너도 아프고
결국 엄마까지 아파버렸구나.
갑자기 토하고 설사하고.
뒤틀리는 배을 움켜쥐고
허리는 꼬부라진 채로
침대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엄마를 보고
아픈 네가 약이며 물을 가져다 준다.
이것참
엄마 실격이다 못해
퇴출이다.
ㅠㅠㅠㅠ
하필 이때.
너도 아픈 이때.
엄마까지 감기 안 걸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는데
어쩌다가 장염에 걸려버린 걸까.
그런데 말이다.
아들아,
우리 그런 이야기하며
웃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엄마는 자주 이랬다는 것을
우린 기억해냈지.
자다가도 토하고
시도때도 없이 토하고
조막만한 작은 손으로
엄마 등을 두들겨주며
얼마나 힘들었니?
아니
얼마나 무서웠니?
엄마조차 한 번씩 이렇게 아플 때면
무서운데
어린 너는 아픈 엄마를 보며
얼마나 무서웠니?
한밤중에 엄마의 신음소리에
벌떡 깨서 쫓아오기를 얼마나 했니?
한번은 엄마 발목이 바깥으로 돌아가
네가 자다가 뛰어오던 생각이 난다.
발목은 돌아간 채로 경직되고
통증은 입술을 깨물어도 터져나오고
119를 불러야 한다며
무서워하던 너의 모습.
지금 생각하니 눈물난다.
다리가 쥐가 나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다리를 주물러주고
허리도 밟아주고
토하는 엄마 등 두들겨주고
그 어린것이
그 작은 것이
결국은 수술이 거듭되면서
중2 나이에 4개월이 넘는 시간을
산골에서 혼자 살았던 너.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는
ㅠㅠ
이번에 아프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낮아지고 낮아진다는 느낌
작아지고 작아진다는 느낌이다.
우린 이야기했지.
예전에 비하면
참 건강하게 사는 거라고.
이만하면 건강하게 사는 거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건강하게 살자고 했다.
너도 나도.
그래 그러자꾸나.
아이야,
우리 더 건강해지자.
이만하니 다행이다.
더 많이 아팠던 몸인데
이만큼만 아픈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우리 감사하면서 살자.
몸도 마음도 더 건강 챙기면서.
그렇게 살자.
엄마도 더 건강해질 거야.
파란수영장도 더 잘 다니고
명상도 하고
감사일기도 쓰니
마음까지도 건강해지고 말이야.
그러니
엄마 걱정은 하지마.
이미 넌 너무 많은 걱정을 했어.
아픈 엄마 때문에
너무 일찍 커버린 아이야,
이제 엄마 걱정은 붙들어매고
네 길을 걸을 생각만 해.
지금처럼.
재미있고
신나게
알았지?
네가 없는 첫밤인데
벌써부터 네가 보고 싶구나.
넌
강원도에서 술을 마시고 있겠지?
선배들과 동기들과.
감기 아직 다 낫지 않았으니
알아서 적당히 마실테야.
그치?
엄마도 네 걱정 붙들어 맬게.
우리 서로
그리고 각자
건강 잘 챙기자!
알았지?
예쁜 내새끼.
2026년 2월 21일 토요일.
새벽 첫차 타고 또다시 가버린 녀석아,
잘자라.
술 적당히 마시고.
멀리서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지?
엄마도 일찍 자련다.
내일은 몸이 다 나을 거야.
오늘밤 푹 잘 잘테니깐.
^^
오늘 하루도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