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서른다섯 번째 편지를 쓴다.
음~
오늘은 첫 문장을 쓰는데
왜그런지 울컥 해버리는구나!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너와 함께 한 세월이 얼마냐?
자그마치 20년이다. 20년!
그것도 열 달은 엄마 배 속에 있었다.
너와 엄마가 탯줄로 연결되어
함께 호흡하고 그 모든 걸 함께 했다.
그러니
단칼에 잘라내듯
마음을 잘라낼 수가 없다.
그러니
봐주라.
조금 울컥하더라도
봐주라.
대학생이 되니 어떻니?
기숙사 생활은 어때?
혼자 생활하다가
세 명이 함께 사용하는 방.
많이 불편하지?
너보다 나이도 많은 분들이
룸메이트라고 해서
그것도 좀 신경 쓰인다 했더니
넌 괜찮다고 하더구나.
한 분은 곧 재대하는 분이라고 했지?
또 한 분은 너보다 한 살 많다고 했고?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니 다행이다.
매끼 밥을 사 먹으면 돈이 많이 든다고
저녁은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먹어야겠다고 해서 마음이 쓰인다.
건강이 중요하다.
집에 있어도 매 끼 챙겨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떨어져있으니 마음이 쓰인다.
집에서처럼
닭가슴살과 채소 샐러드를 먹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그게 더 비싸다고 하니.
이것참.
그래도
대충 먹거나 굶는 건 안 했으면 좋겠는데.
기숙사를 가도
생활비가 많이 든다는 말을 실감한다.
그래도 먹는 건 제대로 먹자.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보자.
알았지?
어제는 서울로 가서
고등학교 친구도 만났다고 했지?
술도 마시고 미뤄둔 이야기도 실컷 하고 싶다고 했지?
대학생활 3일의 이야기가 그리도 많았던 거냐?
친구 만나 이야기로 다 풀고 싶을만큼?
그래 친구가 좋다.
그렇게 이야기 나눌 친구가 가까이에 있어서 다행이다.
어때?
속이 좀 시원해졌니?
나름 대학생이 된 3일의 이야기.
실컷 했니?
아, 이건 놀리는 게 아니다.
3일, 3일 해서 놀리는 것 같지?
아니야.
대학생활.
아무리 네가 가고 싶었던 대학을 간 것이라도
기대만 있고 설렘만 있다면 거짓이겠지.
대학생이 되고 얼마나 부담이 크겠니.
시골 학교에서 1등으로 네가 원하는 대학에 갔지만
그곳에는 전국에서 내놓라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곳인데.
네가 그랬잖아.
합격하고 처음 한 말이
"공부 열심히 할게. 정말 열심히 공부 할 거야."
였잖아.
네가 스스로 한 공부인데,
키워준 엄마 아빠에게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가득 느껴졌던 그 말이
지금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또 하나.
공부에 대한 부담.
시골 학교라 배우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걱정했잖니.
학원 하나 다니지 않은 너이기에,
하긴 다녔다고 해도
구멍 가게 같은 시골 학원과
대형 마트 같은 도시 학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만,
아무튼
학원에서 비싼 돈 주고 배운 아이들과 비교하며
네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 마음이 좀 아프다.
하지만 결코 기죽을 필요없다!
명심해라!
넌 가장 소중한
가장 중요한 능력의 소유자다.
그건 바로 스스로 네 삶을 꾸려나간다는 것.
자기주도학습,
자기주도의 길을 가는 아이라는 것.
이건 그 어떤 명문 학원을 다닌 아이들보다 뛰어난 능력이다.
엄마가 아이들을 학원에 실어날으며
밤낮으로 지키며 공부한 아이들과 너는 다른 것이야.
네가 그랬잖아.
엄마가 공부하는 거 지켜보고 일일이 챙겼으면
넌 오히려 공부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공부가 더 하기 싫어지고.
네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이것이 너의 힘이라는 걸 명심 또 명심하렴.
다른 그 어떤 아이들보다도
아니 어쩌면 어떤 어른들보다도 뛰어난 능력이다.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였어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깐.
그러니 기죽지 마라.
당당해라.
어깨 쫙 펴고
지금처럼
네 길을 가면 돼.
아이쿠야,
엄마의 잔소리가 길어졌구나.
이건 잔소리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튼 급 흥분한 듯하긴 하다. ^^;;;
다시 돌아와서,
어젯밤에는
PC방에서 밤을 지샌다고 했지?
그것도 어른의 특권이라면서.
어땠냐?
재밌었냐?
PC방에서 눈이 벌게 지도록
게임에 미친 어른이 상상되어
살짝 걱정을 하긴 했다.
엄마의 걱정을 안 것인지
아침에 연세대 버스 타고
기숙사로 가고 있다는 인증샷을 보내줬다.
기숙사에 도착해서
오전 내내 잘 거라는 너의 말에는
웃음이 났다.
밤새 어른 놀이 하다 돌아와
코~ 잠자는 아이가 상상 되어.
^^;;;;
걱정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아주 조금 살짝 조금 걱정을 했다.
아무리 어른이래도
엄마에게는 아이 같아서 문제다.
얼른 엄마가 변해야겠다.
그치?
그래
그러마.
네가 아무리 어른이라고
이젠 성인이라고 그래도
엄마눈에는 여전히 귀여운 아이라.
이것참.
엄마 눈에 콩깍지도 업그레이를 하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ㅎㅎㅎㅎㅎ
오늘은 웃으며 인사할 수 있겠다.
비록 시작은 살짝 울컥이었지만
다시 울컥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웃으며 인사하겠다.
잘자라, 아이야.
엄마의 스무살 아이야.
사랑한다.
2026년 3월 6일.
금요일.
아침에 쓰기 시작해서
늦은 8시 42분에서야 마무리하는,
엄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