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보다 더 커진 너를 안고 토닥토닥

by 필이

아들아,

서른네 번째 편지를 쓴다.

숫자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오늘도 몇 번째 편지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구나.

이 숫자가 얼마나 더 나아갈지

오늘은 그 생각이 먼저 든다.


아들아,

오늘이 2월 마지막 날이라는구나?

3월 1일, 일요일에

너를 데려다주러 함께 가기로 했으니

오늘이 2월 마지막날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 아침 단톡방에서

누군가의 2월 마지막날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단다.


지금 엄마의 뇌는

2월 마지막 3월 첫날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엄마의 온 정신은

너와 함께 있는 날이 이틀이 남고 하루가 남는 것

이것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야.


어제 저녁에 그랬지.

네가 엄마 침대 귀퉁이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누워서는

이제 엄마와 함께 있는 날이 2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러고도 밤이 가고 다시 아침을 맞았으니

이젠 너와 함께 하는 날이 하루가 남은 것이다.


우리에겐 이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엄마에게는.


오늘이 2월 마지막날이라는 인지가 아니라

너와 이 집에서 함께 하는 마지막날이라는 것이

엄마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네가 말한 것처럼

금방 다시 올 거다.

6월 중순이 지나면 이미 방학을 시작하니

넌 돌아오겠지.


하지만 말이다.

이젠 정말

넌 떠나는 거다.


네 길을 말이다.


축복한다.

암.

축복하고 말고.


너무도 대견하다.


엄마보다 더 커진 너를 안고

엄마가 토닥토닥


잘 커줘서 고맙다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다 큰 너를 토닥토닥


허리를 굽히고서야 엄마에게 안겨있는 너인데

어쩌면 네가 엄마를 안고 있는 것일텐데


그래도 그럼에도

넌 여전히 작고 귀엽고 든든한 아이구나.


가지고갈 짐을 모아놓으며

본격적인 짐을 싸는구나.


이젠 정말....


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널 데려다놓고 혼자 들어서는 집


얼마나 텅 빌지.

엄마 마음에는 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릴지.


괜찮다.

잘 커서 가는 걸.


우리, 오래전부터 말해왔잖아.


법륜스님이 자녀가 스무살이 되면

무조건 내보내야 한다고.


그 말씀 들을 때마다

엄마는 네가 스무살이 되면 내보낼 거라고 하고.

넌 스물한 살에 나갈 거라고 하고.

ㅎㅎㅎㅎㅎ


너와 그런 말 주고 받을 때는

아주아주 먼 미래 같았는데 말이다.


그 먼 미래가

이렇게 오는구나.

결국 오는구나.


스무살,

좋은 나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은 너의 청춘을 응원한다.


원없이 놀고

원없이 공부하고

원없이 다 해라.


예쁜내새끼야,

사랑한다.


엄마, 울지 않는다.

지금도 코를 좀 훌쩍거리기는 하지만

울지 않는다.


웃으며 보내마.

너의 가는 길을

"잘가라 이놈아" 라며

궁뎅이 빵하고 차주마.

하하하하하.


고마운 내새끼.

예쁜 내새끼.

장한 내새끼.


엄마는 언제나 이곳에 있을게.

든든한 울타리로.

쉼과 힘을 얻을 수 있는 안식처로.


엄마의 길 씩씩하게 잘 가고 있을게.


고마운 아이야,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나의 스무살 아이야.



2026년 2월 28일 토요일.
아침 6시 23분

오늘 더 많이 안아줄테다.
꼭 안아줄테다.
예쁜내새끼.

차마 끝을 내지 못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