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서른아홉 번째 편지를 쓴다.
빠르지?
네 목소리를 듣지 못한지
일주일이 된다.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
오늘쯤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네게서 전화가 오지 않는구나.
많이 바쁘지?
그래도 문자는 꾸준히 보내주어 고맙구나.
오늘도 무엇을 먹었는지
사진이랑 올려주는 너를 보니 기쁘다.
그나저나
해장국?
ㅎㅎㅎㅎㅎ
어제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로
다녀온다고 하더니
술을 마신 게야?
무슨 행사가 있다고 한 것 같은데
결국 술로 마무리한 것이구나?
ㅎㅎㅎㅎㅎ
그래
한참 마실 때지.
어제다.
엄마랑 처음으로 함께 하던
기간제 쌤과 연락이 되어
저녁을 먹었다.
엄마 몸이 썩 좋지 못해
밥만 먹고 헤어졌지.
밥 한 끼 함께 하는 마음이
참 따듯하더구나.
역시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정을 나누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말을 한 이유는
이 쌤도 너와 같은 나이의 아들이 있잖아?
그 집도 아이가 술을 마시고 와서
해장국을 먹니 마니 그런 말을 했거든.
그래서
오늘 아침
네가 보내준 해장국 사진을 보며
웃음이 났다.
성인이 된다는 것이
그리 좋으냐?
자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많지?
그러니 좋을 수밖에!
반면 책임을 지는 것 또한 많지.
자유가 주어진만큼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니.
어때?
자유와 책임!
잘 누리고 있는 거야?
엄마가 보기에는
잘 누리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가도
네가 했던 말들이 떠올라
마음 한 켠이 쎄~~~하게 아프기도 하다.
네가 그랬지?
넌 이제 시작이라고.
공부가 말이야.
같은 대1이라도
다른 아이들과 너는 배운 것이 많이 다르다고.
시골 학교에서 배운 것과
도시 학교에서 배운 것이 많이 다르다고.
더군다나
학원 하나 다니지 않은 너니깐.
더 그럴테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
공부가 많이 뒤처져 있다고 했지?
그래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이야.
연세대 아이들, 진짜 똑똑하다고.
엄마는 모르겠다.
그 아이들이 요즘 아이들 다 한다는
선행학습을 하고 온 것인지,
네가 정말 시골 학교에 학원도 다니지 않아
배우지를 못한 것인지.
뭐?
둘 다라고??
그래서 그 괴리가 더 크다고???
이런이런!
할말이 없게 만드는구나!
그래도 아이야,
주눅들지 않았으면 한다.
어깨 펴고 당당했으면 한다.
눈에 보이는
배움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넌 해내는 힘이 있는 아이야.
그것도 스스로 해내는 힘 말이다.
지난주에 엄마가
천안에서 합동 북콘서트를 했지 않니?
그날 북콘 이후에
저명한 교수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단다.
그 분이 그러시더구나.
서울대학교 3학년들도
학기 과목 수강 신청을 할 때
엄마와 함께 의논해서 하거나
아님 엄마가 정해주는 것을 한다고 말이다.
외국 대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외국 대학에는 있고
한국 대학에는 없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그때 엄마는 생각했다.
넌
지금도 네가 선택해서 하잖아?
대학도 네가 선택 했고.
수강 과목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것을 네가 선택한다.
그런 힘이 네게는 있다는 말이다.
네 길을 선택하고
그것에 책임을 지는 힘!
자기 주도로 살아가는 힘!
서울대 3학년생도 없는 그 힘을
넌 가지고 있다는 것이야.
그것에 자부심을 가지렴!!
어깨 당당히 펴고
하늘을 바라보렴!
자랑스러운 내새끼.
멋진 내새끼.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공부의 많고 적음보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을
자기주도의 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너도 알고 엄마도 알지?
^^*
그러니
당당하렴!
알았지?
엄마도 이리 든든하게 지키고 있으니
필요할 땐 언제나!
드디어 다음 주면 만나는구나!
그날을 위해 내일은 짐을 좀 싸놓아야겠다.
아니
네가 말한 짐을 좀 찾아놔야겠다.
주중에는 엄마가 넘 바빠서
휴일인 내일 미리 좀 챙겨놔야겠다.
잘자렴. 아이야,
우리 건강하게
다음 주에 만나자!
엄마도 감기 다 나을게.
또 감기냐고 뭐라하기 없기!
^^;;;;
2026년 4월 4일.
토요일 저녁 8:55.
하루 종일 뒹굴거리다
뒤늦게 쓰는 편지
네가 무척 보고 싶은
엄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