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이 실컷!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렇게!

by 필이

아들아,

서른여덟 번째 편지를 쓴다.


세월이 빠르다는 말

실감하는 오늘이다.

오늘이 벌써

3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이라니.


정말 빠르지?


설렘을 안고 시작한 2026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세 번째 달.

그리고 마지막 주.


봄은 꽃망울을 터트리며

제 존재를 알리고

날씨는 하루하루 더워지는구나.


덥다며 반팔을 입고 다니겠지?

뭐?

벌써부터 반팔을?

그건 아니지?


니가 있는 그 곳은,

엄마가 있는,

남쪽보다는 더 추울테니.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엄마는

여전히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있다.


너와 함께 샀던 바로 그 옷.

엄마가 좋아해서

색깔별로 샀던 바로 그 티셔츠.


엄마가 버리지 못한 미련은 무엇일까?


단순히 겨울일까?

맨투맨 티셔츠에

겉옷만 걸치면 되었던 그 추위일까?


아마도

너와 함께 겨울이겠지.

너와 함께 한 추위겠지.

너와 함께 한 그 모든 것.....이겠지.


엄마는

여전히 여행 중이다.

목적지가 없는 여행.


방랑을 하듯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건 없어.

엄마가 힘들어한다거나 슬퍼한다거나

그런건 아니야.


아니

그런 것도 포함되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에 매여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엄마는

그냥 하루하루 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사는 그런 하루 말고.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오늘을 살고 있는 거야.


이것참,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구나.

엄마의 언어가 부족한 것이겠지?


그냥 그래.

무언가 해야 해.

무언가 이루어야지.

무언가 성취해야 해.

그런 것에서 좀 벗어났다고 할까?


그냥 지금은

엄마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있어.


혼자 영화 보고 싶으면 영화 보고.

책 읽고 싶으면 책도 읽고.


글쓰기에 매달리지도 않고

뭔가 이룰려고 애쓰지도 않아.


그냥 그래.

마음이 좀 편안해졌어.

무언가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초조함이 많이 사라졌어.


세상은 그렇게

무언가 하지 않아도

잘 살아진다는 걸.

무언가 매달리지 않아도

잘 살아진다는 걸.


너무도 당연한 진리를

이제야 깨치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 있어.


한때는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날들도 있었어.


감기 걸려 아파도

새벽 4시면 깨어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몸을 미워하기도 했지.


지금은 그렇지 않아.

필요에 의해 조금 더 늦게 일어나기도 하고

또 일찍 일어나지면 그것대로 하루를 살아.


일부러 '더 자야 해'

그러지도 않고

애쓰며 '일찍 일어나야 해'

그러지도 않고


정말 편안하겠지?

ㅎㅎㅎㅎㅎ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대로의 엄마를 누릴래.


그래도 되지?

평생

허덕허덕 살아왔으니,

이제 조금

엄마 자신에게 공백을 줘도 되겠지?


여유라고 하기엔

여전히 바쁜 엄마이기에.


엄마의 지금을

공백 여백이라고 부르고 싶다.


느낌이 다르지?

ㅎㅎㅎㅎㅎ


너와 통화한지도 일주일이 되었구나.


주말에 놀았던 탓에

월요일부터 바쁘다고 하더니.


그렇게 살면 돼.

노는 것도 실컷 놀고

공부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실컷 하고.


후회없이

그렇게 오늘을 살자.

너도

엄마도


그런 오늘이 모여

우리 삶이 될테니.


멋진 내새끼

예쁜 내새끼


우리

오늘도 신나게

후회없이

그렇게

살자! ^^*


2026. 3. 27.

이 글을 쓰는 날은

금요일 오후란다.


지금 밖은 봄꽃이 노래하고 있어.

살랑살랑 춤을 추며.


네가 있는 그곳도

봄꽃이 피었겠지?


보고 싶구나.

예쁜 내새끼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