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맞서기)
"아.. 그때 그 사고구나! 벌써 10년이 흘렀다니.."
싱가포르 소식을 전해주는 <Mothership>에서 기사를 읽다가 가슴 찡한 사연이 있어 소개해 보려 합니다.
그 사고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싱가포르 탄종 카통 초등학교 학생 29명이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키나발루 산에서 트레킹을 하던 중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하여 학생 7명과 교사 2명, 싱가포르인 강사 1명이 이 비극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즐거워하며 떠났을 탐험에서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안타깝게도 수많은 사망자가 나와 굉장히 놀라고 마음 아팠던 충격적인 사고였습니다.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라 더 그랬는지 유난히 가슴 아팠던 사고 소식에 떠나간 아이들의 명복을 빌었답니다.
<Mothership> 기사는 당시 친구들과 함께 키나발루 산을 올랐다 큰 부상을 당해 항공편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았던 생존자 에미르 군이 10년이 지난 올해 또 다른 생존자인 친구와 함께 키나발루 산에 다시 올랐다는 소식이었답니다.
어린 나이에 겪었던 사고로 큰 트라우마가 되었을 키나발루 산에 10년 만에 다시 오르면서 그가 전한 마음을 헤아려보니 그 사고를 기억하는 제게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큰 울림이 되어 오래오래 요동치는 듯합니다. 기사에 실린 그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그가 말하길,
"이번 등반은 단순히 산을 정복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제 두려움과 과거를 극복하고, 제게 경의를 표하고, 친구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사고 전날 밤 산속 오두막에서 친구들과 웃고 농담을 나누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그는..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날의 무게를 10년 동안 짊어지고 살아왔습니다. 마음속 깊이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을 기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기억들이 되살아날 거라는 걸 알았어요. 그 기억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걱정됐죠. 하지만 두려움에서 도망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방법은 "직접 맞서는 것"이었습니다.
"삶과 꿈으로 가득했던 친구들을 잃었고, 그들이 자주 생각납니다. 공부든, 일이든, 봉사든 제가 하는 모든 일에서 그들의 추억을 간직하려고 노력합니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 경험은 그를 빨리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감사를 느끼게 했습니다.
<기사 출처 ; mothership.sg >
큰 아픔이었을 텐데 멋지게 성장해 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앞서네요.
살면서 우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중 견디기 힘든 상처들이 큰 트라우마가 되어 다시 떠올리기도 힘들어지는 경험.. 누구나 저마다의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그 상처에 직접 대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두렵고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요.
어린 학생의 인터뷰에서 자꾸만 나는 어쩌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더군요.
미리 지레짐작 겁먹고 꽁꽁 싸매서 덮어두기만 했던 두려움이 있다면.. 덮어만 두니 나아지지 않고, 떨치지 못하고 있는 그 두려움과 마주할 용기가 있는지 가만가만 물어보게 됩니다.
쉽지 않은 세상살이를 잘 살아내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며 잘하고 있다 우쭈쭈 응원해 줄 사람, 누구보다도 나 자신부터면 더 좋지 않을까요?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즐겨보던 블루이( Bluey)란 만화를 같이 보다가, 한 에피소드에서 정말 엉엉 큰소리를 내며 울어버린 기억이 떠오릅니다.
내용인 즉, 블루이 엄마가 첫 아이 블루이를 낳고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내 아이가 뭐든지 빨리 잘하길 바라는 에피소드였어요. 언제 뒤집기를 했는지, 언제 잡고 일어섰는지, 언제 첫걸음을 뗐는지..
우리 아이들 키울 때 제 생각이 나더군요.
" 엄마도 처음엔 저랬단다. 괜히 상대적으로 잘 못하거나 느리면 다 엄마 잘못 같고 그랬어."
그러다 계속되는 비교에 스스로 잘못하고 있나 힘들어하던 블루이 엄마에게 여러 명의 아이를 키워본 선배 엄마가 꼭 안아주며 들려준 이야기..
" 잘하고 있어요!"
그 한마디에 만화 속 블루이 엄마도 울고 저도 엉엉 아이처럼 울어버렸답니다.
어쩌면 꼭 듣고 싶은 말이었나 봐요. 낯선 나라에 와서 괜히 아이들 고생만 시키는 거 같아 이게 맞는 길인지 매번 혼란스러웠는데 짧은 그 한마디가 제일 듣고 싶었던 위로의 말이었나 봐요. 좀 못하면 어떤가요.. 느리면 어떤가요.. 괜찮아요. 지금도 잘하고 있어요!
마음속 깊이 해결하지 못한 나만의 어려움과 그 어느 날에는 두렵지만 마주해 보고 꼭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잘하고 있다고.. 잘해 왔고 잘할 거라고..
수많은 어려움과 두렵지만 대면하고 부단히 나아가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모두 잘하고 계세요!
(사진 출처; Ong Cheng Zheng on Unsplash / 키나발루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