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3학년 때 공립 초등학교로 옮겨간 뒤 캔틴에서 밥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나 보다.
먹고 싶은 걸 골라 사 먹어 보고 싶어 했다.
도시락을 안 싸주니 뭐라도 정성 들여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보리차를 끓여 넣어줬다.
"몸에 좋은 물이니 꼭 마셔. 엄마가 좋아하던 물이야." 하고..
어릴 적 군것질거리가 많지 않던 그때, 냉장고 속 델몬트 유리병 속에 들어있던 보리차는 어쩜 그리 시원하고 맛있었던지..
그렇게 며칠 보리차를 들려 보내던 어느 날..
막내가 씩씩거리며 와서 그랬다.
"엄마! 애들이 나더러 대체 뭘 마시느냐고 물어요. 오줌 색깔 물을 왜 마시냐고요."
"엥?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오줌 색? "
아이고나.. 고소하고 맛난 보리차 색깔이 로컬 아이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졌나 보다. 그래도 하필 오줌 색이라니..
"보리차라고 말해주지.. 한국의 차라고.."
"말했죠! 보리(Barley) 라구요.. 근데 애들이 Barley drink는 하얀색이라고.. 막 그래요."
어머나~~ 그렇구나. 싱가포르인들이 자주 마시는 Barley drink는 우리 식혜랑 비슷한 모습인데, 보리가 떠 있고 단 맛이 있는 하얀색 음료이긴 하다.
우리 보리차가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맛을 보여 줄 수도 없고 안타까웠다. 더 안타까웠던 건, 그 뒤로 절대 보리차를 들고 가지 않았다는 거..
Barley drink
어느 날에는, 학교에서 사진 한 장을 보고 몹시 속상해하며 와서는..
"엄마 한국은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어요?"
"한국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쓰레기봉투를 사서 그 안에 버려야 해. 거리에 쓰레기통이 싱가포르처럼 많이 없을 거야. 그건 왜? "
수업 중에 나눠준 워크시트에 한국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어서 쓰레기가 막 쌓여있는 이미지의 사진이 있었고, 이 상황을 보고 한국인들에게 해 줄 자기 생각을 써보라고 했다며 속상해했다.
거리 어디를 가도 쓰레기통이 많고 거리 청소하는 워커가 많은 싱가포르이니 상반된 이미지를 쓴 모양인데 아이는 왜 하필 한국 사진이냐며 씩씩댔다.
"여긴 쓰레기 그냥 막 버리잖아요. 그러면서.."
맞는 말이다. 싱가포르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권고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냥 아무 비닐봉지에 묶어서 콘도 내 쓰레기 수거장에 가져다 놓으면 되고, 집안이나 복도에 쓰레기 투하구가 있어 그냥 버릴 수 있다.
내 설명을 들으면서 아이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한국이 환경을 더 생각하고 위하는 거 같은데, 학교에서 보여준 사진은 너무 더럽고 지저분한 모습이라 아이들이 한국을 그렇게 생각할까 봐 화가 난다고 했다. 아이 나름 우리나라가 이런 모습으로 보여지는 게 속상하고 억울했나 보다.
언젠가 막내 친구 K의 엄마 C는 조심스레 내게 물어왔다.
"한국 시어머니들은 정말 그렇게 무서워? "
"갑자기 무슨 말이야?"
"너도 나중에 그런 시어머니 될 거야? "
잉? 무슨 소린가 들어보니.. 그녀가 본 K 드라마 속 시어머니들은 다 무시무시했다고..
자기 친구의 친구가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 가서 살고 있는데, 한국어 배워서 한국말하기 전까지 시어머니 구박이 심했다 들었다며 한국은 진짜 그래 물어온 거였다.
"한국 남자들 참 로맨틱 가이들이더라.. 네 아들을 봐도 참 젠틀하고.. 로맨틱한 아들이 나 말고 다른 여자한테 더 잘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거야? 너도 나중에 그런 시어머니 될 거야?"
아이구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야."
"너도 아들 둘 키우잖아. 넌 어때? 나중에 아들이 애인한테 더 잘하고 너 서운하게 하면 어떨 거 같아?"
내 질문에 그녀는 그건 싫지 하고 한참을 웃더니 그래도 K 드라마 속 시어머니 정도는 아닐 거 같다고 했다. 나도거든!!!
대체 어떤 드라마를 본 거야?
언젠가 우연히 세계 다양한 곳에서 온 엄마들과 서로의 시어머니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이것도 만국이 공통이구나 했다.
시어머니든 친정어머니든 세상 모든 어머님들은 다 내 자식이 제일 귀하고 소중하다는 거!!! 불변의 법칙이리라..
어쩌면 편견일 수도..
한국을 향한 시선이 대부분 호의적이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보고 싶은 면만 보고 "이건 이래" 하고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 내가 아는 게 그것에 대한 전부인 양.. 잘못된 오해일 수 있는 편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