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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May 09. 2022

 A레벨은 뭐고 O레벨은 뭐야?

(싱가포르 교육과정)

"어머.. 이렇게 큰 아들들이 있군요."

"네. 한 명은 올해 O레벨 칠 거고 한 명은 PSLE 쳐요."

"아.. 그렇군요??? "

'한국 사랑 그녀'에 등장했던 내 첫 싱가포르 이웃이었던 그녀는 키 큰 아들이 두 명 있었는데 내게 아들들 소개를 딱 저렇게 해줬다.

그래서 몇 학년이라는 거지?

싱가포르 교육과정을 전혀 몰랐기에 중요한 시험을 친다는 거 같은데 대체 몇 학년이라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큰 시험이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건가 싶었다.


또 다른 이웃과 이런 일도 있었다.

교복 입고 학교 다녀오는 아이가 의젓해 보였는데 차로 픽업해 데려오는 길이라는 엄마에게 어느 학교 다니는지 물어봤었다. 근처에 학교가 별로 없어서 많이 먼가 싶어 물어본 거였다.

"응. 우리 아들 OOOO High School 다녀요. 여기서 좀 멀어요."

"어머.. 고등학생이었어요?"

"아뇨. 중학교 2학년이에요. "

'응? 중학교 2학년인데 High School 다닌다고?'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잘 모르니 더 설명해줘도 모를 거 같아서 그냥 돌아서면서도 의아했다.


두 번째 이사 간 콘도에서도 이웃집 아이가 입은 교복이 예뻐 보여서

"어머 교복이 참 예쁘네요."

했더니 그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 아들 OOO Institution 다녀요." 그랬다.

'응? 학교 이름 같은데 Institution은 또 뭐래?'

잘 모르니 그냥 이름인가 싶으면서도 참 복잡하다 싶었다.  

나중에 궁금해서 찾아보니 엄청 좋은 학교였고 엄마가 왜 그리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는지 알 거 같았다.


찾아보다 알게 된 게 싱가포르에는 중학교마다 뒤에 붙는 이름이 다른 곳이 많았다.

Secondary School도 있고 High School도 있는데 우리가 아는 중학교, 고등학교 이런 구분이 아닌 거 같았다. 어떤 학교는 Institution이고 어떤 학교는 Independent School이고, 그냥 이름 뒤에 School만 붙는 학교도 있고.. 이게 다 뭔가 싶었다.

이름만 듣고는 도무지 중학교인지 고등학교 인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싱가포르 지인 S도 처음 만났을 때 자녀들 이야기를 하면서 한 명은 JC 다녀서 A레벨 칠 거고 다른 아이는 O레벨을 친다며 올해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했다.

" A레벨은 뭐고 O레벨은 뭐야? "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설명해줬는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중학교 졸업시험에 해당하는 게 O레벨이고 대학 가기 위해 치는 시험이 A레벨이었다.

"그럼 JC는 뭐야? "는 내 질문에..

"Junior College 야." 그랬다.

'대학 가는 시험을 college에서 공부한다고?'

잘 모르는 내 입장에선 싱가포르 교육과정은 뭔가 엄청 복잡하고 어려운 시험들을 쳐야 하나보다 싶었다.


내 일이 아닐 때는 듣고도 모르겠던 시험들이 우리 아이들이 싱가포르 공립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PSLE가 뭔지, O레벨과 A레벨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복잡한 학교 이름들도 구분되기 시작했다. 이래서 경험이 무서운 건가 보다.




중요한 몇 번의 시험들을 통해 다음 단계의 교육과정과 공부하는 기간이 결정되는 싱가포르 교육과정을 소개해 보려 한다.

(사진 출처 : tutopiya.com)


<초등과정>

싱가포르 학생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라는 졸업시험을 치게 되고 그 시험 결과에 따라 중학교 진학이 결정된다. 시험과목은 영어, 수학, 과학, 그리고 모국어에 해당하는 Mother Tongue(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중 선택)까지 네 과목을 시험 친다.  

다른 네 과목 성적이 좋고 모국어를 잘하면 Higher Mother Tongue이란 과목을 추가로 시험 치는 학생들도 있다. 이 학생들은 다섯 과목을 시험 치고 그 성적에 따라 SAP School 지원 시 혜택이 있다.

중학교 과정은 Express(E), Normal Academic(NA), Normal Technical(NT)

이렇게 세 가지 코스가 있고 시험 성적에 맞춰 지원한다.  

예외적인 IP (integrated Programme) 코스도 있다.


<중등과정>

1. IP (integrated Programme) 코스 - 6년

PSLE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들은 IP (integrated Programme)라는 엘리트 코스를 지원할 수 있는데 6년간 중고등학교 통합과정을 공부할 수 있다. 중학교 졸업시험에 해당하는 GCE O레벨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되는 혜택이 있는데 그만큼 실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코스에 다니는 학생도 공부하는 중에 성적이 떨어지면 EXPRESS 코스로 옮겨가야 한다. 중학교 6학년 때 학교에 따라 대학 입시를 위한 GCE A레벨 시험을 치는 학교도 있고 IB 시험을 치는 학교도 있다. NUS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학교도 있다.

 Express 코스에서 성적이 우수하면 중학교 3학년 때 IP로 편입 신청할 수 있다.


2. Secondary Express(E) 코스 - 4년

중학교 과정으로 4년 동안 공부하고 중학교 2학년 말에 성적에 따라 GCE O레벨 시험을 위한 선택과목을 고를 수 있다.  중학교 4학년 때 GCE O레벨 시험을 치고, 그 결과에 따라 Junior College(JC)나 Polytechnic으로 진학하게 된다. 이 과정 역시 공부하는 중에 성적이 많이 떨어지면 Normal Academic 코스로 옮겨가기도 하고, 성적이 우수하면 IP 코스로 편입할 수도 있다.


3. Secondary Normal Academic(NA) 코스 - 4년 + 1년 또는 4년 + ITE 2년

중학교 과정으로 4년 공부한 뒤에 GCE N(A) 레벨 시험을 치고 성적이 좋으면 1년 더 공부한 후 GCE O레벨 시험을 칠 수 있다. 중학교 공부를 하는 중에 성적이 향상되면 EXPRESS 코스로 옮겨 갈 수도 있다.

중학교 4학년 때 GCE N(A) 레벨 시험을 보고  결과에 따라 Nitec(National ITE Certificate)이나 Higher Nitec, 또는 Polytechnic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으로 지원할 수 있다.

중학교 5학년 때 GCE O레벨 시험을 본 경우는  이후에 JC나 Millennia Institution, Polytechnic이나 ITE로 진학이 가능하다.


4. Secondary Normal Technical(NT) 코스 - 4년 + ITE 2년

이 코스 역시 중학교 과정으로 4년 공부한 뒤에 GCE N(T) 레벨 시험을 치고 시험 결과에 따라 2년 과정인 Nitec 코스로 진학할 수 있다. 성적이 향상되면 역시 Normal Academic 코스로 옮겨갈 수 있다.


<고등과정>

1. Junior College(JC) - 2년

GCE O레벨 시험 결과가 좋아야 입학이 가능하고 2년간의 교육과정을 공부한 후 GCE A레벨 시험을 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2022년 현재 11개의 JC가 있다. 그만큼 들어가기 어렵다.


2. Millennia Institution(MI) - 3년

3년 과정을 공부한 후 GCE A레벨 시험을 치고 결과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JC와의 큰 차이점은 Principles of Accounting(회계)나 Management of Business 같은 비즈니스 과목을 배울 수 있는 코스이다. 유일하게 한 곳이 있다.


3. Polytechnic - 3년

학생이 배우고자 하는 전공을 3년간 공부한다. Diploma 학위를 받을 수 있고 성적이 좋을 경우 대학으로의 진학이 가능하다. 2022년 현재 5개의 Polytechnic이 있다.


4. ITE(Institute of Technical Education) - 2년

중등학교 졸업생에게 취업 전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싱가포르 공립 교육 기관이다. Nitec과 Higher Nitec, Technical Diploma 및 Work study Diploma를 제공하고 2년 과정이다. 하나의 ITE에 3개의 college가 있다.  




모든 단계에 중요한 국가시험을 쳐서 학생 스스로 노력해 얻는 시험 성적에 따라 진학할 수 있는 학교와 코스, 공부기간이 다 달라지고, 성적이 향상되거나 떨어지는 결과에 따라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대학 입학을 준비할 수 있는 JC 코스 자체가 초중등학교 수 대비 확연히 줄어들고 입학이 어렵기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PSLE 시험에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경쟁에 몰려 힘든 과정을 견뎌야 하지만 그만큼 싱가포르인들이 본인들의 출신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싱가포르 대학들의 세계 랭킹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시험들이 아이들에겐 너무 가혹한 거 아닐까? 어떻게 생각해요?"

싱가포르 지인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 물어보게 된다.  

S :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네 입장에서 보면 시험들이 많고 어려워 보이겠지만 아이들은 갑자기 몇 계단을 점프하지 않아. 배워서 알게 된 부분에서 천천히 한 계단씩 올라가며 지식을 넓혀가는 거니 학교 공부 열심히 따라만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어."


C : "잘하는 아이들은 더 심화된 공부를 학교가 뽑아서 시켜주고, 못하는 아이들은 남겨서 보충 수업을 해주니 괜찮다고 봐. 그리고 성적이 나빠도 직업 교육의 기회가 많고 나중에 성적이 좋아지면 충분히 좋은 대학을 가기도 해. 기회도 많고 단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야."


그들의 대답에선 자국의 공교육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학교를 믿고 하라는 대로만 하면 다 잘 될 수 있다고..


참 많이 다른 이 나라의 교육과정을 경험하며 생각이 많아진다. 시험 성적별로 아이들의 공부 코스를  나눠서 난이도 차이를 달리해 수업하고 누구에게나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싱가포르.. 수준별로 나눠서 각자에게 맞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차별일지.. 기회일지..

너무 어려서부터 가능성을 제한하는 거 같아 잔인한 부분도 있지만 좋은 점은 배우고 싶다. 무엇보다 학교를 믿는 그들의 자부심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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