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PARK야? 진짜 지민의 PARK이야?”

(싱가포르 공립 초등학교)

by 서소시

“엄마, 어떤 K POP 가수라는데 지민인가.. 그 사람이 PARK이에요?”

학교를 다녀온 막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얼마 전부터 싱가포르 공립 초등학교를 다니게 된 막내..

3학년 초에 외국인이 로컬 공립학교로 옮겨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AEIS (Admissions Exercise for International Students)라는 시험을 치고 합격한 막내에게, 싱가포르 MOE(Ministry of Education, 교육부)는 싱가포르 외곽지역에 있는 초등학교로 배정해줬다. 이 동네가 어딨지 하고 지도를 찾아봤는데, 어머나 이리 먼 지역으로 배정해 주다니..


시험을 지원할 때 배정받길 희망하는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데, 혹시 합격 가능성이 높을까 싶어 초등학교가 많은 지역을 지원했었다. 그런데 그 지역 중에서도 제일 외곽에 있는 초등학교였다. 이제 막 한창 집들이 지어지고 있는 신도시 같은 분위기의 동네였다.

먼 거리였지만 학교 배정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다. 이 시험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은 전학도 불가능하다.


싱가포르에는 많은 한국인이 살고 있고 다른 한국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로컬 공립학교에 한국 친구들 많이 있다고들 하던데 막내가 첫날 학교 다녀와서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 와 ~ 나 한국인 교실에서 만나보긴 처음이야.”

“ 너 어떤 학교 다니다 온 거야? 한국에서 바로 온 거야? ”

“ 네가 친 시험은 대체 뭐야? ”


그랬다! 아이는 그 학년에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외곽 지역이라 그런 건지 아이 반 친구들은 교실에서 처음 만난 한국 아이가 신기했나 보다.


그렇게 며칠 등교하는 중에 이런 질문을 듣고 온 거였다.

“지민? 아~~ BTS의 지민 말하나 보다. 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한 BTS라 막내도 잘 알고 있지만, 이 이야긴 4년 전 이야기고 한국 아이돌은 접할 기회가 없던 3학년 남자아이에겐 놀라운 질문이었다.)


“아이들이 막 와서 너 PARK이야? 진짜 지민의 PARK이야? 진짜 PARK이 맞다면 지민과 어떤 Relationship이 있는 거야? 하고 물었어요.”

같은 반 여학생들뿐 아니라 옆 반 여학생들까지 몰려와 이리 물으니 아이는 지민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당황했으리라.. 모른다는 아이의 반응에 친구들 실망은 얼마나 컸을까..


“잘~ 안다고 하지 그랬어. 먼먼~~ 친척이라고 해보지. ”

괜한 내 말에 아이는

“엄마는 참~~ 친척이 아닌데 어떻게 그래요.” 하고 어이없어했다.

누군데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해했고, 아이랑 함께 BTS 무대를 찾아보며 누가 지민 PARK인지, 그들이 어떤 음악으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지 보여줬다.

문득 자랑스러운 한국의 아티스트들 덕분에 한국이 더 알려지고 좋아해 주니 참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아이 반 친구 E가 한국 친구를 위해 ‘쉬는 시간에 OO에서 만나자.’하고 한국어로 쓴 메모를 보내왔는데, 번역기가 잘못 번역한 건지 E가 말한 OO이 어디인지 몰라 못 갔다고 했다. 막내가 한글을 못 읽은 건가 하고 E가 서툴게 따라 쓴 메모 속 OO을 보니 처음 보는 한국어였다.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다.

E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어디서 만나자고 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부끄러운 막내가 다시 물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막내에게 참 친절했던 K에게 고마워서 한국을 알게 해 주려고, 기념으로 한국 돈 ‘1000 원’을 선물했는데 K는 지폐에 쓰인 돈 단위가 크니 엄청 큰 돈일 줄 알고 절대 안 받겠다고 했단다. 이게 1$ 싱가포르 코인과 비슷한 금액이라고 알려주고 와서, 막내 역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냐며 놀라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앞 거리에 화려한 등이 걸리고 길 건너 사원에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K는 학교 앞 사원에서 축제가 있으니 하교 후에 같이 가고 싶다며 막내를 초대했다. 불교 사원처럼 보여서 절인가 하고 지나치던 곳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게 대형 천막이 준비된 큰 축제 같았다.


무슨 축제인지 몰라 아이와 함께 갔는데 K의 엄마 C가 소개해주기 위해 와 있었다. 한국 친구에게 싱가포르에 있는 또 다른 한 면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참 감사했다.


그곳은 얼핏 보기엔 불교와 도교를 섞은 듯한 분위기의 사원이었는데, 차이니즈계 말레이시아 출신인 C는 오늘 이 축제가 ‘아홉 황제 신의 축제’(NINE EMPEROR GODS FESTIVAL)라고 소개해줬다. 중국 음력으로 9월 9일에 열리고 9명의 신이 행운, 건강, 장수 등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정확히는 도교 사원이었던 거다. 싱가포르엔 다양한 종교가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런 축제는 처음 알게 되었다. 사원 구석구석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해준 C가 많이 고마웠다.


C는 축제이기에 모든 음식이 공짜라며 음식을 권했다. 싱가포르에서 볼 수 있는 누들요리와 간단한 음식들이 있었다. 채식으로 준비되고 9일 동안 축제를 한다고 했다. 막내 학교 아이들과 부모들이 하굣길에 들러 음식을 먹고 있었다.


갑자기 학기 중에 전학 온 한국 아이가 궁금했던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나 보다.

그곳에서 막내 반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많은 걸 물어왔다.

외국인인데 어떤 시험을 치고 전학 올 수 있었냐고..

(싱가포르 정부는 모든 외국인에게 싱가포르 공교육을 받고 싶으면, 반드시 시험을 쳐서 합격해야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사실 이런 시험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싱가포르인도 많다. 그들이 알 필요가 없는 시험이니..)

그리고 어떻게 막내가 2반에 온 건지, 나이가 많은 건지, 다니던 학교는 어디였는지, 부모 중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궁금해했다.


우와~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았다니..

그녀들은 왜 한국 아이가 국제학교에 안 가고 로컬 학교에 왔는지, 무시무시한 PSLE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지, 그 시험을 칠 건지도 궁금해했다.


몰랐던 사실 중 하나가 싱가포르는 초등 3학년부터 성적별로 반을 나눈다.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다.) 보통 1, 2학년/ 3, 4학년/ 5, 6학년 이렇게 2년 동안 같은 반으로 지낸다. 중간에 성적 변화가 있으면 학기말에 다른 반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싱가포르 교육부는 이런 성적별 반 구분을 점점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시범학교를 운영해 성적과 상관없는 반 구분을 적용하고 있다.)


반 구분이 성적순인지 몰랐던 난 엄마들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부터 성적별로 반을 나눈다고? 놀랍기만 했다. 싱가포르 부모들에겐 한국의 수능만큼이나 중요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 시험이 초등 6학년 때 있으니 이때부터의 성적관리가 중요하다고들 했다. 알수록 무서워지는 이야기들이었다.


부모 중 중국어를 사용하는 부모가 없는데 막내가 어떻게 수업을 따라올 수준까지 언어가 늘었는지도 궁금해했고, 처음 들어본 로컬 사립학교의 존재에 대해서도 놀라워했다. 시험을 치고 옮겨오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 궁금한 게 많았다고 했다.

그녀들도 나도 서로 놀랄 일이 많은 대화였다.




C는 나중에 더 친해지고 나서 축제일에 엄마들의 반응에 대해 이렇게 귀띔해줬다. 싱가포르 학부모들이 외국인이 로컬 학교에서 공부하는 걸 그리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외국에서 온 아이들이 처음엔 적응하느라 수업에 방해되는 경우도 있고, 나중엔 싱가포르 아이들보다 잘해서 좋은 중학교 자리를 뺏기 때문이라고..

(싱가포르 공교육에 대한 싱가포르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막내 유치원 친구 엄마들 역시 영어권에서 온 아이들도 그 수준을 못 따라와서 2년씩 다운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했었다.)


에구나.. 공립학교로 옮겨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AEIS (Admissions Exercise for International Students)라는 시험도 어렵지만, 외국인이라 내야 하는 학비도 정말 비싼데 서운한 말이었다. 그나마도 매년 오르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의 경우 PSLE 결과가 동점일 때, 지원하는 중학교의 입학우선순위에서 시티즌, PR(영주권 소지자) , 다음으로 제일 마지막 순위에 해당하는 등 자국민 우선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싱가포르이기에 외국인인 우린 늘 불이익을 받는다.)


말레이시아에서 와서 지금은 싱가포르 시티즌이라는 C는 자기 경험을 이야기해줬다.

말레이시아에는 초등학교가 2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말레이계와 차이니즈계가 있는데 본인은 차이니즈계 초등학교를 나와서 초등학교 땐 중국어로 공부했다고.. 그런데 중학교에선 말레이어로 공부해야 했고 대학에선 영어로 공부했다며 여러 가지 언어로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공부할 땐 어렵지만 나중에 커서는 많은 도움이 될 거라며 막내가 집에서 중국어 접할 기회가 없음을 안타까워해 줬고 그 후론 막내와 늘 중국어로 대화해줬다.


막내의 친구 K와 그의 엄마 C는 이후로도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싱가포르의 기념일마다 싱가포르의 전통을 소개해주고 대표 음식을 선물로 전해주는 등 참 고마운 인연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나 역시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의 가족들을 위해 김치와 불고기 등 한국음식을 나눠 먹으며 한국의‘정’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은 이런 경험으로 서로를 알아가면서 배워 가고 있다. 그저 삶의 배경이 조금 다를 뿐,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은 통한다는 걸..















< Daum에 실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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