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미워도 다시한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곳 브런치에서 구독자 1000명이 넘는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였다. 1년여의 활동 기간 동안 약 140여개의 글을 썼고 누적 조회수는 90만회에 달했다.
수만, 수천명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들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꾸준히 활동한 결과 구독자 1000명을 넘겼다는 의미는 작지않았다. 뿌듯하던 마음도 잠시, 브런치에만 들어오면 하루에도 몇번씩 감정이 요동쳤다. 도무지 내 글이 어떤 수준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독자수와 조회수만 보면 나름 성공적이지 않은가? 싶겠지만 주제에 따라 들쭉날쭉한 글의 반응이 문제였다. 반응이 없으면 없는대로 내 글이 문제겠거니 생각하겠지만 특정 주제, 예컨대 퇴사 관련 이야기는 별 내용도 아닌데 메인에 픽되서 수천, 수만건 조회수에 구독자도 꽤 생기더란 말. 문제는 정작 쓰고 싶은 주제인 조직문화 관련 글들은 이 악물고 외면이라도 하듯 조회수도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는 점이다. 어쩌면 오직 글로만 승부 보겠다는 욕심이 과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문제를 브런치의 시스템 탓으로 돌렸다. 애초에 이혼, 고부갈등, 육아 같은 3~40대 여성들이 주류인에세이 중심인데다 서로 작가님 작가님 부르면서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주는 이른바 '품앗이'로 조회수와 구독자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글이 내게 있어 단순히 취미 그 이상이 된 건 2020년 퇴사 이후였다. 애초에 글쓰기를 좋아했고 17년 직장생활을 하며 몸담았던 '조직문화' 분야 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여 선택한 브런치라는 글쓰기 채널은 어렴풋이 향후 생계와 관련된 배수의 진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더 이상 글쓰기와 관련해 배울 것도 피드백 받을 것도 없다는 체념, 상호작용 없는 1000명 구독자의 허상, 내 글을 알알보지 못하는 이곳을 과감히 떠나주리라. 미련없이 4번째 탈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또 한달, 뭔가 끝을 맺은 것 같지 않은 찝찝함에 이전 글들을 찬찬히 읽으며 깨달은 사실 하나. 글 자체가 별로다. 지나치게 길고, 관념적이고, 극히 일부만 관심 가질 그저 그런 글들의 면면. 이런 글로 뭇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려 했다니. 나의 문제는 주제보다 전달 방식이었을지도...
글로 먹고 살겠다는 마음을 먹은 건 10년도 전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원고를 쓰고 투고도 했으니 그때부터 본격적인 글쓰기 수련이 시작된 셈이다. 퇴사 후에는 하루종일 읽고 쓰는 일에만 매달렸다. 그 시간이 무려 6년. 그런데도 이정도 수준이라니. 빠르게 한번 무너져 내렸다가 작은 불씨를 본다. 왜 브런치에서의 내 글들이 들쭉날쭉 반응이 없었는지 실마리가 조금 보였다. 그래도 끝은 봐야겠지
5번째 재가입을 하기로 한다. 그래 브런치 너는 죄가 없었다.
다시, 0부터 시작하겠다는 다짐. 기본으로 돌아간다. 허울좋은 1000명 모래성보다 단 한명이라도 궤를 같이 할 찐 독자를 얻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