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습관적 지겹다와 귀찮다를 지양하기로 다짐한 이후로 아직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다. 지- 귀- 가 말풍선이 되기 전에 그러기로 했잖아 와 지양을 떠올린다. 빽빽한 숲 앞을 보고 걷고 있자니 그 나무가 그 나무고 좁은 시야는 초록이 주는 싫증에 입을 벌린다. 지금이 영원하지 않고 오늘이 영원하지 않아, 지금이 지나가고 오늘이 지나갈 거야.
영화를 본다.
'그냥 느껴'와 '그래서 너라면 어떡할 건 데'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본다. 정해진 웃음, 정해진 눈물은 하품이 나온다.
영화 하나에도
결말이 행복하지 않네, 결말이 없는 결말이네.
엇갈린다.
그게 왜? 그러면 안돼?
어 그러면 안돼.
결말이 행복하지 않아서 기분이 좋지 않잖아.
그래?
취향이 다르다고
타인이과 나는.
내가 네가 아니고, 네가 내가 아닌데 크게 문제 될 일은 없겠지. 따지고 보면 돌고 돌아 다 그런 식이지.
쿨하게 넘기면 문제 될 일 없지.
또한 쿨하게 넘길 줄도 알아야겠지.
이력서에 쓰는 장단점도 아니고. 단점을 장점처럼 작성하라는 조언을 듣고 새로이 고쳐가며 생각했다.
나 이력서에 말 장난하고 있나?
취업은 장점만 어필해도 모자라는 판에.
단점은 장점처럼.
나에게 크게 문제 될 일과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일만 잘 가려내도 선택에 도움이 되겠지.
오줌이 찔끔 샜어.
오줌을 누기 전이나 누고 난 뒤에,
맨날 찔끔 새서,
맨날 엄마한테 혼나.
하늘은 이렇게 파란데.
나는 오줌이 찔끔 새고.
바다는 이렇게 넓은데.
나는 오줌이 찔끔 새고.
요시타케 신스케의 '오줌이 찔끔'을 보며 아이들과 웃고 있지.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지.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지. 나만 크게 문제 될 일 아니면 별 거 아니지.
지나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숲도 봐야 하잖아.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오해를 할 수도 진실을 가려낼 수도 없겠지. 우리는 이해와 오해를 오가며 하찮은 말을 내뱉거나 진실을 알려고 들거나 가려내려고 하겠지만, 내가 거두는 시선은 선을 가장한 위선일 수도 있지. 정작 타인이 말하는, 원하는 진실을 정확히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나 역시도 하찮아서. 하찮아서 연결되길 원해, 나약한 너를 봐, 연민을 느껴. 착각이나 무례함은 아니야. 동질감, 공감, 위안 같은 것.
끝말잇기
끝말잇기
끝말잇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