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명: 깍두기

09.06.2025

by ㅇ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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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나에게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다. 김치를 볼 때마다 거쳐간 추억들이 기억나며 잠시 과거로 돌아가기도 한다.


부스럭 부스럭, 하루가 새 하루로 넘어가는 경계선에서 마늘과 파 냄새가 거실로 새어나가기 시작하며 엄마의 김장 소식을 알렸다. 슬그머니 방으로 나온 나는 옆으로 가 재료를 손질했다. 엄마와 나눈 대화가 살금살금 버무린 김치는 흰 쌀밥 없이도 꿀맛이었다.


김치는 내 유학시절에 맞춰 발전했다. 고등학생 땐 김치는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학부생 땐 친구들과 약 15분 걸어가 아시안 구멍가게로 가야만 볼 수 있었다. 처음 대학원 시절, 나는 흩어져가는 생각일 뿐일까 고민했던 때, 외로움을 승화하기 위해 한 수 많은 요리들 중 조용히 나를 응원해준 요리가 김치었다.


넓은 주방에 간다면 가장 하고싶었던 김치.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무를 썰고 절이고 멸치 육수를 내고 찹쌀풀을 쑤고 액젓들을 넣고, 이 어색한 모든 단계를 걸어가니 지나간 시간이 돌아가며 머리 속을 쓸어내렸다. 갓 버무려진 깍두기를 입에 넣으니 짠건지 싱거운건지 모를 이 어색한 맛. 씹을 때마다 가을 무의 쌉싸름함과 함께 추억도 아삭아삭 넘어갔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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