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소설
그 여자
덜컹덜컹
덜컹덜컹
흔들리는 지하철 문 앞에 서서 빠르게 스쳐가는 가까운 것들을 보다가 천천히 움직이는 먼 것들로 시선을 옮겼다. 바깥에는 저토록 많은 차들이 갈 곳을 찾아 움직이고 있는데 그들의 갈 곳은 대체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지금 저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도.
"키키, 그래서 쪽지 줬어?"
"말도 마, 이번에도 답 안 오면 걔 반에 쳐들어가서 소리쳐 버릴 테니까. 깔깔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은 뭐가 그리도 좋은 지 단풍 같은 손으로 분홍의 작은 입을 가리며 연신 웃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재밌니?’
그러다 여학생 하나와 눈이 마주치자 윤혜는 그보다 더 먼 곳을 보고 있었다는 듯이 시선을 학생의 어깨너머로 옮겼다. 그리고는 괜히 고개를 숙여 신고 있는 구두를 쳐다봤다. 마치 아이 너는 단화를 신고 있지만 나는 회사원 구두를 신고 있다는 것을 보기라도 하라는 듯이.
‘며칠이지.’
윤혜는 왼쪽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시간만 크게 보이고 날짜가 잘 보이지 않는다. 눈살을 찌푸리고 조금 더 가까이 보려는 순간 지하철이 덜컹하고 크게 흔들린다.
“아.”
순간적인 반동에 여학생 하나가 중심을 잃고 게걸음을 치다가 윤혜의 구두를 밟았다. 눈이 마주쳤던 그 학생이었다.
“아! 아?”
여학생도 놀라 단말마를 외치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윤혜를 쳐다봤다. 여학생의 친구도 토끼눈을 하고는 윤혜와 친구를 번갈아 쳐다봤다. 한 손으로는 친구의 팔을 붙잡고 있다. 잡아주려던 건지, 원래 잡고 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미안하다고 할까 죄송하다고 할까 그것이 궁금했다.
덜컹은 괜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 출입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러자 두 여학생은 꺄악 꺄악 인지 까르르 인지 알지 못할 소리를 내며 뛰어나갔다. 윤혜는 그녀들을 눈으로 좇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쭈욱 무표정이었다.
‘피곤해.’
한 정거장을 더 가도록 윤혜는 출입문에 기대어 흘러가는 먼 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기대지 마시오’라고 쓰여있는 문구가 더 가까이 있는 것이 보였다. 자동차 사이드미러에는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다고 쓰여있던가. 뭐든. 둘 다 위험하다는 경고인 것 같다.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곧이어 ‘하루,하루역에 도착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그 전의 안내방송은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검정구두를 신은 발이 움직이는 대로 그녀는 출입구를 통과했다.
'이렇게 조용히 살다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겠지.'
어느 날부터인가 윤혜는 지하철 출입구 계단을 올라와서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집을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계단은 매일 셀 때마다 다른 개수가 나왔다. 어찌 됐던 힘든 건 매한가지다. 쉽게 숨이 차고 이미 처진 솜뭉치 같은 몸을 더욱 피로하게 했다. 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계단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역 출입구에 서서 잠시 재킷 주머니를 뒤적였다. 케이스가 없는 검정색 아이폰을 터치했다.
화면에는 현재 시각과 함께 고양이 한 마리가 바닥에 비스듬히 누워 찹쌀떡 같은 발바닥을 핥고 있다.
“......”
응답할 곳은 없다.
(아마도 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