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영, ⟪외출하는 날⟫

송유민

by 마실 MaSill

금호영아티스트 2부, 강나영 작가의 《외출하는 날》을 보고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실제로 타인이 되어본 적이 없는 이상, 서로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도 다루는 신체적 차이와 돌봄의 책임 문제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얽혀, 때로는 오해와 갈등을 낳기도 한다.


강나영 작가의 《외출하는 날》은 장애를 가진 가족 구성원이 있는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장애를 지닌 남동생과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돌봄의 책임이 왜 가족에게만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만(1),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가족과 함께 외출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분히 보여주며, 관객이 그 과정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타인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열린 엘리베이터 문을 닮은 ⟨10층⟩이 먼저 보인다. 관람객이 다가서면 불이 켜지고, 긴 통로가 펼쳐진다. 옆에는 분홍색 울퉁불퉁한 길과 불규칙한 손잡이, 흩어진 노란 점자블록이 있는 ⟨누구나 걷는 길⟩이 이어진다. 제목과 대비되게 이 길은 누구나 쉽게 걷기 어려운 구조로, 관객은 직접 걸으며 이동의 불편함을 체감하게 한다. 그러나 길 끝에 적힌 다섯 가족의 일요일 외출을 기다리는 문구로, 이 길이 단순히 불편함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라 작가의 가족이 함께 외출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일상의 한 장면’ 임을 느끼게 한다.


다음 공간에서는 ⟨하늘, 바람, 땅⟩이 가장 눈에 띈다. 거대한 입체 조각 위로, 강나영 작가 가족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투사된다. 영상은 차 천장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이며, 조각 역시 영상의 구도와 동일하게 차를 위에서 바라본 듯한 모습이다. 조각의 좌석들은 영상 속 실제 차량의 형태가 흐릿하게 남아있는 모습으로, 영상과 조형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영상에는 내레이션도, 특별한 해설도 없다. 가족이 차에 오르고, 목적지로 향하고, 다시 차에서 내리는 가족의 이동 과정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영상은 인위적인 편집 없이, 실제 이동 시간과 동일하게 가족의 여정을 따라간다. 관객 역시 그 시간 동안 가족의 이동을 함께 경험한다.


강나영 작가의 전시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몸으로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고, 차에 탑승한 가족의 이동을 동일한 시간 함께하는 방식으로 타인의 세계를 내 몸으로 감각하게 한다.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도 작가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특별하게 포장하거나 극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장애와 돌봄의 책임이라는 주제가 국내에서 논쟁과 갈등의 중심에 서기도 하지만, 강나영 작가는 이를 담담하게 보여주며, 관객이 미움이나 동정 없이 ‘다른 사람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질문한다. 강나영 작가의 작업을 보며 나는, 민감할 수 있는 소재도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예술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현실의 이해관계는 장애와 비장애가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어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전시처럼 설득이나 주장 대신 ‘경험’으로 타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그 과정에서 이해 혹은 새로운 앎에 도달할 수 있다면, 이것이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1) 금호미술관, ≪2025 금호영아티스트≫ 강나영 작가 리플릿,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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