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출납부구입과 담장손보기
일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운동을 마치고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낯선 이 가 우리 집 뒷담장을 손질하고 있다. 화가가 나무김사장에게 부탁했더란다. 참 잘했어요~
일하는 이에게로 다가 간 화가가 점심식사준비가 모두 끝났는데도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배가 많이 고파요~ 채근하러 나갔더니 일하는 이에게 연못옆의 대나무도 손보아 달라는 부탁을 할 거란다. 눈치를 보며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웃는다. 부탁하는 이가 을이다.
수영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1번인 총무가 수박을 선물하겠단다. 수영수업을 마치고 나면 기다려주세요, 친구에게 받은 것인데 드릴게요. 화가가 지난 모임에서 식대를 부담해서 특별히 마음을 써 주는 모양이다. 네~ 잘 먹겠습니다~
수영을 끝내고 밖으로 나갔는데 총무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샤워 중인가~ 전화를 걸었더니 찻집에 있단다. 형님도 곁에 있습니다. 화가가 형님이 되었다. 시골에는 형님, 아우, 호칭이 자유롭다.
주차장 옆의 공터에는 비닐로 사방벽을 두른 찻집이 있는데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다. 화가가 마시고 있는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검정비닐봉지에 담긴 튀김도너스를 집었더니 '내가 샀습니다.' 총무가 생색을 낸다. 장날에만 파는 것인데~ 잘 먹겠습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KT사무실을 방문하여 셋톱박스 설치 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총무의 전문이란다. 우리 집은 총무가 다 설치해 주었는데요. 총무에게 부탁을 하라는 조언에 미소로 답했다. 짧은 샛길이 빠른 것 같아도 큰길이 더욱 편안하고 빠르다.
총무에게 부탁을 하라고 조언하던 이가 100번에 전화를 걸면 편하게 처리가 된단다. 요즘 셋톱박스 팔려고 서로 야단입니다. 그렇구나~ KT사무실에 가면 대접받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창구직원이 일사천리로 일처리를 해 준다. 화요일 오후 3시에 설치하러 갈 겁니다.
장날이어서 우리 콩두부를 사고 청양고추도 사고 마도 사고 사과도 샀다. 차에서 기다리는 화가에게 다이소에서는 금전출납부를 팔지 않더라고 했더니 그건 문방구에 가야 하는 것이란다. 아하~ 그걸 왜 몰랐지~
가계부는 쓰지 않고 금전출납부를 쓴다. 마지막 장까지 채워서 새로 구입을 해야 하는데 다이소 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갔더니 없단다. 다 있소~인데 금전출납부가 없다니~ 화가가 초등학교 다닐 때 드나들었던 문방구가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단다.
문방구에서 나이 든 아저씨에게 금전출납부를 청했더니 사무실에서 쓰는 커다란 것을 가지고 나왔다. 크기가 작은 것은 얇아서 페이지가 더 많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알맞은 것이 있단다. 금전출납부, 한자로 적혀 있는 것을 5천 원 지불하고 구입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출납부를 펼쳐보니 페이지 안에 월일 적요 수입내역 지출내역 잔액, 모두 한자표기다. 어~ 이거 참 이상하네~ 끝표지에 출판사 연락처가 있는데 지역번호가 없는 전화번호이다. 지역번호가 언제부터 생겼나요? 네이버에 물었더니 1999년도에 생겼단다. 와아~ 화가가 골동품 구입을 했다며 놀린다.
연못 옆의 대나무까지 손보아준이가 전기톱을 들고 잔디밭을 지나다가 죽단화를 발견했다. 작가가 말릴 사이도 없이 쏜살같이 가더니 사정없이 죽단화 가지치기를 해 버렸다. 어쩌나~ 올해도 죽단화 꽃 보기 어렵게 되었다. 지난해에도 전기톱을 든 이가 친절하게 가지치기를 하는 바람에 노란 죽단화 몇 송이만 구경했더랬다. 웃는다.
식탁에 앉으니 오후 3시이다. 수영을 마치고 커피와 빵을 먹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났더니 화가가 일을 해야 한단다. 일 잘하셔요~
닭장에 알을 거두고 나서 작가도 일을 시작했다. 낫을 날카롭게 다듬은 뒤에 담장옆에 말라버린 가을국화와 코스모스 대를 잘라서 쌀자루에 담았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홍매실 양쪽에 자리 잡은 뽕나무 가지도 베었다. 죽단화 가지까지 모두 담았더니 쌀자루 두 개가 빵빵해졌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
화가가 자신이 일해 놓은 것을 좀 봐 달란다. 연못 앞의 화단에서 제멋대로 자라는 두 그루 나무의 가지치기를 끝냈단다. 참 잘했어요~ 작가가 일해 놓은 것도 좀 봐주세요~ 와아, 참 잘했네요. 칭찬을 주고받으며 웃는다.
어제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어 주님주신 사명감당 잘하는 하루가 됨을 믿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