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가 되고싶다.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 소개할 때 들먹일만한 직업은 이미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고싶다. 근데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왜 작가가 되고싶은걸까? 그 역사에 대해서 기술해보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책을 좋아했다. 타고난 공감능력 덕에 책 속 상황에 쉽게 몰입할 수 있기도 했고, 내가 어릴 때는 지금처럼 영상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활자 매체가 더 편했다. 하교 후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없을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 엄마는 항상 서점에서 책 한권을 사서 편지와 함께 소파 테이블 위에 놔주곤 했다. 나는 그런 책을 혼자 읽다가 자다가를 반복했는데, 그 순간은 여전히 내가 자주 들여다보는 소중한 순간이다. 아무튼 이런 배경들이 있었기에 나는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중학생 때 책을 읽다가, 문득 나도 이 정도 책은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글을 써보았다. 가족들끼리 다 같이 쓰는 컴퓨터에 혼자 뽀시락뽀시락 단편 소설을 썼었는데, 그걸 하필 친언니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친언니가 상당히 놀라며 나에게 진짜 소설을 써보아도 될것같다고 칭찬해주었다. 칭찬에 박한 그 언니가 내가 쓴 소설을 보며 얼굴이 벌개져서 비행기를 태워주는데, 그 때 나는 내가 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단편소설을 완성했다.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말고 지금의 소박하고 소중한 삶에 만족하자는 주제 의식을 담았었다(어른이 된 지금도 비슷한 가치관으로 살고 있는 걸 보면 사람이 참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는 글을 아예 쓰질 못했다. 문예창작과를 가서 작가가 되기에는 현실세계에 상당히 쉽게 겁을 먹는 편이었고, 일단 내 한 몸 쉽게, 안전하게 건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책도 읽지 못하고 글도 쓰지 못한 채 입시에 매달렸다. 그러던 중에 논술 전형으로 내 성적으로 갈 수 없었던 대학교를 붙었다. 나는 다시한번 내가 작가가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생 시절 동안은 마음껏 놀고, 연애하고, 상처받고, 치유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2019년 첫직장을 들어가게 되었다. 사회초년생이 된 내가 2-3년차 직장인이 되었을 때, 코로나가 터지면서 온 세상의 축은 새롭게 설정되고 있었고 ‘부업’의 전성시대가 열리게 된다. 유투브라는 플랫폼이 세계를 장악하게 되면서 유투버를 부업으로 삼는 사람도 많아졌고, 요가강사라든지, 댄서라든지, 뭐 본인의 취미와 일을 접목시켜 정말 많은 직장인들이 부업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그런 시대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런 시대를 인정한다고 해서 내가 딱히 해볼만한 부업을 발견한 것도 아니었다. 신상 공개하는 것이 싫어서 sns도 안하는데 유투브를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었고, 따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내가 작가 지망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작가를 겸해볼까?
여러 직업들을 생각해봤을 때, 지금 메인으로 가지고 있는 직업 이외에 내가 가지고 싶은 타이틀은 정말 ‘작가’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그 글로부터 다양한 생각이 가지를 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나란 사람은 작가가 절대 될 수 없겠구나하며 여전히 좌절할 때도 있지만, 부족하고 못났고 호평보다 혹평을 더 자주 듣더라도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