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 기대와 부담 사이

by SW짱

"축하합니다, 홍 대리. 진급 안 시키려다가 올려주는 겁니다. 하하하."


생애 첫 승진 소식을 휴대전화 너머로 전해받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첫 승진은 이직에 의한 것이었다. 이는 많은 직장인들이 승진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직을 연봉 상승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직급 상승과도 연결이 된다. 그로 인한 책임감은 두 번째 고려 사항이다. 특히 나 같은 현장 엔지니어는 직급이 높다고 해서 업무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나이에 따른 직급을 연결시키는 문화이기 때문에 나이 연한에 직급이 따라오지 못하면 자존심이 상하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대학원 생활로 동기들 보다 직장 생활이 4,5년이 늦어 졌기 때문에 직급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이는 능력보다는 나이가 어린 주변 동료에게 나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격과도 같기 때문이다.



한국 직장 문화 속 직급의 의미


회사를 다니면서부터는 자신의 성 뒤에 직급이 붙게 된다. 그래서 승진으로 회사의 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느끼는 것 같다. 다른 말로는 나 개인은 없고 회사 내에 소속된 내가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성우씨 라고 말을 하다 홍대리라고 부르는 것이 좀더 듣기 좋았고 고객이나 업체에서 나를 부를 때도 이름 보다는 직급 붙는 것이 편했다.

직급이 올라가면 일단 바라보는 시선이 너는 선임이니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미리 교육을 시켜 주지 않는다. 아마 어느 위치에서 어느 정도의 업무를 해야하는지 교육을 해 주는 회사는 드물 것이다. 선임이 업무를 해온 것을 보면서 배운 것이 전부다. 이 마저도 배울 사람이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회의.PNG

한번은 팀장이 부재되어 사내 직급이 과장이었던 내가 대리 참석을 했었다. 급한 대리 참석이기에 업무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회의 분위기가 우리 부서에 대한 공격이었다. 팀장도 없고 그 위에 임원도 없으니 아마도 후배를 대상으로 하는 분풀이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나 자신도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특정 요소만 가지고 한 부서에 문제를 몰아가는 회의 분위기도 많이 실망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분위기 또한 수 많이 흘러가는 이벤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고 이런 준비는 평소 업무에 대한 관심에서 나오게 된다는 것도 알았다.


이런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독서라 생각한다.


많은 독서는 전문가에게 항상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보다 높은 시야를 넓혀 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나의 경우 '사기', '손자병법'와 같은 고전 관련 책이 도움이 되었다. 과거 2천년 전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고민했었다는 사실과 그들이 말하는 해결안이 지금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도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유가, 묵가, 법가, 양가, 도가 등 모두 생활 태도가 다르다. 이는 정답이 있는 행동은 없다는 뜻이다. 이는 내가 회사의 문화와 맞지 않는가? 라는 고민에 하나의 해답이 되어 주었다.



능력으로 말하는 후배 이야기


대리 때 함께 근무하던 후배가 있었는데 사원 직급이었다. 이 후배와 중국으로 출장을 갔었다. 당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였기 때문에 셋업 기간이 꽤 길었다. 더구나 중국에서 새로운 공장이 세워지고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양산까지 보기 위해서는 셋업 이후 안정화 기간까지 생각한다면 셋업만 기본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예상되는 출장 기간이었다. 중국에서 생활이 그리 힘든 것은 아닐지라도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것은 큰 고통이었다. 특히 나는 신혼 초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모두가 중국 단기 비자 기간 3개월 이후 복귀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후배는 홍콩, 마카오에 가서 비자 갱신하면서 계속 중국에 남아 있겠다고 했다.

대학도 나오지 않고 공고 출신에 장비 회사 이전에는 세차장, 자동차 정비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던 후배는 처음부터 생산 라인에서 중국 운영자들과 대화 하기 위해 중국어 공부를 했다. 몇 개월이 지나자 조금씩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회사 직원이 된 그는 중국인 관리자급과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결국 한국인 엔지니어가 모두 철수를 해도 본인이 모든 장비의 유지보수를 맡으면서 회사의 대표격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이후 이 후배는 남경에 LG 디스플레이 중국법인에 입사한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고 중국어 수준은 조선족도 같은 조선족으로 생각할 정도로 유창했다.

내가 직급에 대한 업무의 자세를 이야기 했는데 보통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어느 수준에서 더 이상하지 않으려고 한다. 성공에 대한 보상보다 실패에 대한 책임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 후배의 경우 사원이기 때문에 장비 현상유지만 하고 문제는 본사에 요청 후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는 책임자라고 소개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는 본사에서 인정하기 이전에 고객사에서 인정을 한 것이다.


삶에서 성공의 기준은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한 태도에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중요성


나의 경우 현장 엔지니어 생활을 하다보니 소통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카톡이라는 소통의 방법이 생기면서 내가 바라는 방향과 괴리가 더 심해진 것 같다.

소통의 방법 4가지가 있다. 직접 대면 보고, 이메일, 카톡, 유선 또는 비대면 보고 등이다.

가장 정확하게 전달되는 거은 대면보고지만 이는 가장 시간적 공간적 소모가 심하다. 그래서 많은 팀과 사람들이 카톡을 통한 소통을 많이 선호한다. 이메일은 긴급은 아닌 경우 주로 활용이 된다. 비대면 보고는 카톡, 이메일로 정보가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아 활용된다.

내가 가장 답답했던 경우는 카톡만을 이용하는 경우다. 보통 이렇게 진행된다.

"자료 공유 어떻게 되었지?"

"공유 드렸습니다."

"언제?"

"어제 카톡에 드렸는데요..."

"응? 개인 톡으로?"

"아뇨, 팀 단톡방에요."

내가 참여된 단톡방이 20개가 넘고 하루에 많게는 수백개의 정보가 나오는데 그 중 한 곳에 파일올 올린다고 내가 볼 수 없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카톡 상에 내가 올린 내용인데

"어제 이슈 생긴 것 보고해라"

"고객사에 이야기했고 오늘 지켜보려고 합니다."

"??? 무슨 소리야."

"오늘 진행한다고요."

"무엇을 왜 어떤 목적으로 누가 언제하냐고."

도대체 무슨 업무를 언제 한다는 것인지 내가 고객사와 회의를 한다면 아마도 업무 파악도 제대로 안되었다고 혼나게 되었을 것이다. 간단하게 대화하고 카톡으로 던지고 문서도 워드 문서형 보고서 보다는 파워포인트형 단순 요약형으로 작업이 되다보니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약하다.


하지만 이런 표현방법, 보고 방법은 바로 그 사람의 능력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실질적인 업무는 엔지니어가 하지만 PM을 영업이 하게 되는 경우가 보통은 이런 소통 능력때문에 벌어진다. 이런 보고 능력은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하고 상사도 부하직원의 보고를 자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사다리.PNG

성장의 한계와 새로운 선택


승진은 더 큰 역할을 수행할 기회였지만, 동시에 현실의 한계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면, 현재의 회사가 그 여정을 지원할 수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했다. 실무 역량을 키우고 싶다면,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회사의 방향과 개인의 성장 경로가 일치하지 않을 때,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의 천장에 부딪히게 된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능력을 보여주면 된다"는 말은 반쪽짜리 진실이었다.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것이 빛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 조직의 방향성과 내가 추구하는 가치, 내가 가진 역량이 맞지 않는다면, 최선을 다해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었다. 나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즉 '내 판'이 있는 곳에서 일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가능했다.

다른 말로 이 곳이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철저히 그 문화에 맞춤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잘 녹아들어야 하고 윗 분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없다면 의미가 퇴색된다. 조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내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도 없다. 직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교훈이었다.



결론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나는 깨달았다. 직장에서의 승진은 단순한 직위 변화가 아니라, 더 많은 책임과 갈등, 그리고 정치적 역학 관계를 수반한다는 것을.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었다.


결국 '어떻게', '무엇을' '왜'라는 질문이 모든 것의 핵심이 되었다.


승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기대와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며, 진정한 나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여정의 한 단계일 뿐이다. 또한 나 자신의 범위를 좀더 크게 펼치며 성장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

keyword
이전 02화신입사원 시절 - 다른 문화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