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군대를 ROTC로 갔다 왔다. 그래서 직장인으로서 생활을 군에서 먼저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때 인생에서 큰 경험을 했다.
첫 소대장으로 부대에 배치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선임 소대장이 교육대로 배치를 받았다. 장교 소대장은 갓 소위였던 나 혼자고 나머지 2개 소대는 하사관 소대장이었다. 교육부대라 간부가 많았는데 장교는 나와 중대장님 두 명이었고 8명이 하사관들이고 나이도 나보다 적게는 대 여섯 살 많게는 열 살이상 차이가 나는 부담이 되는 부대생활을 해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중대장님에게 매일 혼나는 일상이었다. 나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중대장님의 방향과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생활을 계속하면서 군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의기 소침해지다 보니 한탄만 하고 동료들과 술자리를 갖게 되다 보니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스스로 다짐을 했다. 몇 달이라도 중대장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행동해 보자고 말이다. 아침에 7시 이전에 부대로 출근하고 지시하신 내용은 그 당일 무조건 처리하려고 했다. 중대장님께 충성을 다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자 차츰 중대장님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져 갔다. 나중에는 중대장님들 모여 있을 때 나를 칭찬해 주셨다. 이런 소대장이 없다고 말이다.
처음에 중대장님에게 혼이 났던 이유는 상사를 대하는 자세가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난 단순한 갓 소위 소대장이라는 스스로의 생각에서 무엇이든 지시를 기다리려고만 했다. 그런 수동적인 모습이 좋지 않게 보인 것이다. 중대장님은 매우 열심히 업무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그런 나의 모습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분의 업무 스타일을 옆에서 자세히 보고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잘 하든 못하든 그건 두 번째 문제였고 우선 그분의 의도를 최대한 따르려 했다. 이때 나는 윗 상사의 장점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두 번째 직장에서 겪었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원래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 남들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라 먼저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잦은 음주로 사람들에게 술만 좋아하는 그저 그런 인간으로 비쳤다. 나를 좋지 않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존에 작성된 자료를 나만의 방식으로 작성해서 배포했다. 양이 많아서 매일 야근을 해야 했다.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내용을 파악해서 정리하고 이를 전 직원들에게 자료를 배포했다. 그리고 테스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직접 만들어서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는 시각도 함께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첫인상을 너무 개인적인 모습부터 보인 것은 나의 실수였다. 다행히 기술 연구 중심의 회사라 나의 학문적 접근을 하는 나를 좋게 평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난 그 회사에서 아마도 왕따를 당했을지 모른다.
두 경험에서 나는 성실함과 상대의 장점을 보려는 태도는 어디서나 통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경우 첫 번째는 경제적 이유였고, 두 번째는 전공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나의 신입사원 시절은 절대 성공적이지 못했다. 체불을 당하면서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지기도 했고 경제적 개념이 떨어져 씀씀이를 통제하지 못하기도 했다. 또한 어떤 회사에서는 한 분야에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목표로 하는 두 가지에 점차 다가갈 수 있었다. 솔직히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한다면 이 두 가지는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나의 존재를 어떻게 보이게 될 것인가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일 수 있다.
첫 직장도 두 번째 직장도 비록 1년 남짓의 짧은 생활이었지만 최소한 그들에게 이런 말은 들었다.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이 이렇게 다른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피터 드러커는 젊은 시절 그리스의 조각가 페이디아스에 대한 에피소드를 접하게 된다. 페이디아스에게 조각을 의뢰한 아테네의 재무관이 '조각의 뒷부분은 어차피 사람들한테 안 보인다'며 작품료를 깎으려 하자 그는 '하늘이 보고 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완성하고자 하는 성실함과 완벽함을 말하는 부분이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 하늘이 보고 있다. 나의 성실한 태도는 분명 하늘과 나 두 명은 알고 있고 그들에게 떳떳해야 한다.'
신입사원으로서 직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그 울타리에 들어가서 그 무리에 어울려야 한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함께 묻히려는 사람이 있다. 직함에 연연하고 성과를 부풀리고 무책임하게 일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분명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직장이라는 새로운 문화에서 적응하는 것은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내가 근무하고 싶은 부서와 전혀 다른 곳에 배치될 수도 있다. 상사가 생각보다 못 미더울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만족될 수는 없다. 문제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의 태도였다.
근무하고 싶지 않은 부서에 배치되었더라도 그 부서에서 원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자세는 어떤 일을 하든 기본적으로 같다. 이런 자세는 타 팀장들도 함께 일을 하고 싶은 직원이 될 것이다. 또한 상사에 대해서도 그 사람의 장점을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할 수는 없다. 오히려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고 키워 나가야 한다. 주로 자신의 강점은 업무를 하면서 나오는 성과를 통해 알 수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감을 나의 강점을 최대한 보여주려 노력했다. 나의 강점은 전문 분야에 대해 다양한 지식이 있고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지식을 정리하여 공유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다. 노력하는 자세가 좋은 이미지로 보였던 것 같다.
결국 직장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이다.
태도와 성실함, 그리고 나만의 강점을 발전시키는 과정은 어디서나 적용될 수 있다. 내가 직장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고, 지금도 그 교훈을 삶에 적용하고 있다.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나를 만들어가는 또 다른 학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