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물신성 극복 (1)
내가 있는 모든 곳이, 곧 서재다!
그중에서 최고는 바로 전철 안이다.
날마다 일정한 시간을 투자할 수가 있다. 앉아도 좋고 서 있어도 괜찮다. 흔들림 없는 편안함으로 독서에는 전혀 걸리적거리지 않는다. 전철을 갈아타기 위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기다릴 때도 멈추지 않고 읽는다.
매일 두 시간씩 30년이 넘도록 영어로 된 책자를 읽다 보니 이젠 완전히 몸에 배었다
요즘은 David Harvey의 “The Limits to Capital”에 푹 빠졌다. 이 책을 무려 4번이나 읽었는데 여전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머리가 나쁜 것임에 틀림없다. 하는 수 없이 5번째 또 읽어봐야겠다. 뭔가 얻는 것이 있겠지!
이런 책들을 전철 안에서 영어원서로 보면 좋은 점이 아주 많다.
한때 지식인들의 입에서 조차 올리기 힘들었던 그런 주제의 내용(Anti-Capitalism)을 봐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사상이니, 진보니, 좌파니, 이단이니 하는 쓸데없는 시빗거리가 생기지 않는다.
누가 옆에서 몰래 훔쳐보면 어깨를 들먹이며 우쭐해하기도 한다. 더운 여름날 늦은 시각에 막걸리 냄새를 풍길 때 일부러 손에 들고 자더라도 아무도 흉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어느 대학교의 교수인가 한다. 가끔씩 한때 한자리한 전직 교수로 보이는 노인들이 옆에 와서 말도 걸어준다. 자기도 예전에 원서를 많이 보았다면서…
외국인들은 책의 제목과 내용을 훑어보고도 말을 잘 못 건다. 괜히 자기보다 영어를 더 잘하면 창피할 것 같아서로 추정된다. 사실상 그들도 우리처럼 어려운 철학책은 멀리한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아무리 둘러봐도 깨알 같은 글씨가 빽빽하고 노란색 형광펜과 빨간색 볼펜이 여기저기 그어져 너덜너덜한 종이책을 보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날마다 거의 같은 때와 곳에서 말이다.
꼰대가 따로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겉모습이 초라해지더라도 마음만큼은 더욱더 다잡으려 한다.
나한테는 마음 다스리기에 고전을 원서로 읽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마음이 단단해지며 절로 힘이난다. 이런 부류의 책은 말 그대로 삶의 경전이다. 그래서 나도 교인처럼 성경이라 여기고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닌다. 그래야 내가 함부로 남들한테 꼰대짓을 못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죽기 전에 10번 이상은 더 볼 생각이다. 한말로 나도 공자처럼 위편삼절(韋編三絕)을 경험해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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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mits to Capital를 읽고
아래는 본인이 가장 아끼는 책을 4번 읽고 조금만 이해를 하고 느낀 점을 밝힌다. 먼 훗날 10번을 읽고나서는 또 다른 해석이 덧붙여질 것임을 나는 미리 안다.
1. 저자 (David Harvey) 소개
이 책은 저명한 지리학자이며 마르크스 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의 대표작이다.
그는 서구 사회이론 및 철학에서 간과되어 온 공간의 개념에 천착하여 이를 통해 마르크스 이론 및 다른 이론들, 예컨대 포스트모던이론 등에서 드러나는 공간적 관점의 부재 또는 공백을 메우려 한다.
또한, 자본주의 현실 세계에 관한 분석에서도 공간의 중요성을 부각해 적실성 있는 논의를 이끌어 낸다. 주요한 예로 하비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도시화의 위기로 이해하고, 이의 극복을 위해 ‘도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
2. 간 추 림
“자본의 한계”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자본의 생산•유통•자본의 총생산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자본의 운동법칙을 밝혀낸 책』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던 금융론과 지대론 그리고 공황론을 현대적 시각과 해석으로 그 내용을 보충한 명저이다.
David Harvey는"자본론"과 직접적인 대면 형태를 취하면서 3개의 상호연관을 맺는 핵심 주제, 즉 『자본론』 에서 사용한 이론구성 방법, 마르크스 가치론과 자본주의 분석에서 위치, 마르크스가 개발한 공황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확장을 추구한다.
특히, ‘공황론과 관련해 이 책을 관통하는 논리는 자본주의 생산 과정은 다양한 형태의 과잉 축적과 위기를 내재하는 과정이며, 이를 해소하고 균형 성장의 복구를 위한 궁극적 방법은 공황이라는 것’이다.
간추린 내용을 조금 더 덧붙인다.
"자본론" 전체 체계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때 공황의 근본적 계기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모순은 해결되지 않고 최악의 파국으로 전쟁을 낳을 뿐이다. 이러한 논리는 공황이 항상 새로운 투자의 출발점이자 다음의 축적과 순환을 위한 새로운 물적 기반 형성이라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따라 도출한 것이다
가. 제1차 계기(first-cut)
이 책 전반부 7장에 걸쳐 하비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요약·해석하면서 마르크스주의의 정통적인 공황론을 이윤율 하락에 기인하는 제1차 계기(first-cut)로만 바라본다.
마르크스가 자본론 1권과 2권에서 모든 통찰력을 통합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3권에서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들에 대한 완전한 진술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하비는 마르크스의 이윤율 저하법칙을 자본주의 공황 형성에서 제1차 국면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공황 연구는 많은 미완의 연구 과제(고정 자본의 생산-순환-실현 양식과 회전 기간, 자본의 집중과 분산화 및 조직 변화, 신용 체계, 이자 낳는 자본과 화폐 자본의 역할, 국가 개입, 자본주의의 지리적 총체성, 다양한 계급 구조 등)를 남겨놓고 있다는 것이 하비의 주장이다.
나. 제2차 계기(second-cut)
이후 내용에서는 하비는 공황론을 확장하며 고정 자본, 신용 체계에 주목한다.
공황의 제2차 계기(second-cut)는 금융 공황과 인플레이션을 포함하는 금융적·화폐적 기원에서 찾는다. 생산 과정의 과잉 축적 문제는 미래사용지향적인 새로운 순환 형태의 창출로 흡수할 수 있으며, 신용 체계가 구원자로 출현하지만 가치 척도로서 화폐적 기반과 대립 관계를 형성하면서 위기가 발생한다고 본다.
다. 제3차 계기(third-cut)
제3차 계기(third-cut)는 공간적 측면에서 위기가 발생한다고 본다. 이 지점이 특히 하비의 기여로 평가받고 있다. 자본주의 위기는 공간적 해결(돌파; spatial fix)을 통해 자신을 다시 정립시킬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하며, 이것이 바로 지리적 팽창과 불균등 발전 형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간적 전략을 통한 위기해결은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을 세계적 무대로 투사하는 것이며,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와 제국들 사이의 전쟁문제를 유발한다고 본다.
마르크스 연구를 공황의 제3차 계기에 대한 분석으로 확장하면서 하비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역사지리에 대한 이론적 분석틀을 정립한다.
3. 들풀생각(글쓴이)
”자본론“을 비롯한 칼 마르크스의 여러 저작을 읽고도 21세기 오늘의 현실과 연결하지 못하고 고전을 떠 받들며 지적유희와 허영을 남발했던 내가 IMF사태, sub-prime mortgage사태로 촉발된 Global Financial Crisis 그리고 Covid-19 이후의 세계경제 대공황 및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하의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틀에 대한 이해는 자본론의 철저한 공부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사회의 시대정신을 정치·경제학의 보수의 대표잡지인 “The Economist”에서 읽어 내어, 진보의 대표저작인 “자본론”한테 나아갈 길을 묻는다.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현대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물질대사(Metabolism)의 원리, 곧 “생물체 내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분해나 합성과 같은 모든 화학적 변화”를 전혀 모른 체, 이성이 아닌 감각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생명체와 다를 것이 없다.
The World Political Economy Order The Nuclear Weapon + The Dollar-dominated Global Financial System
여러 가지 힐링서적이나 사람관계법을 알려주는 자기 계발서 같은 것들은 삶이 힘든 사람들에 대해 자아의식을 강요하지만, 그것은 한마디로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정신 승리식 자기 긍정일 뿐이다!
이런 책도 읽고 저런 책도 다 읽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