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재미없게 하기 (2)
2019년 10월 27일 오후 12시 49분 경주 남산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상 고온으로 진달래가 철모르고 폈길래 찍어 놓았다.
그래서 사진의 제목을 철모르는 그래서 ‘철없는 진달래’라 붙인다.
나는 가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대화를 할 때 고향말을 쓴다.
이를 테면, ‘~니껴?’ 또는 ‘~디껴?’ 같이 말이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다른 팀의 A부장이 또 다른 팀의 B과장에게 반갑다는 듯이 말을 건넨다.
“어~~ B 과장, 머리가 많이 하야 졌네. 요즘 몹시 힘든가 봐!”
갑작스러운 공격에 B 과장이 어쩔 줄 몰라한다.
곧, 밥 먹을 텐데, 어른답게 좋은 얘기나 좀 해주지. 남의 겉모습은 칭찬을 안 할 거면 아무 말 말라하던데. 꼭 저렇게 티를 내네.
꼭 보면 아픈 사람한테 ‘얼굴이 핼쑥해졌네, 살이 빠졌네’ 그러고
또, 나이 든 사람한테 ‘머리가 빠졌네, 주름이 많이 생겼네’ 한다.
어른답게 내나 조심해야겠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내가 속한 부서에서 PT 스킬의 함양을 위해 1주일에 한 명씩 돌아가며 각자가 읽은 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발표 시간은 딱 10분, 참가자들로부터 질문과 답변을 끝낸 후 피드백을 받는다.
당연히, 나는 Adler Mortimer. J 가 쓴 How To Read A Book을 읽고 난 느낌을 소개하기로 했다.
나는 아래의 자료를 만들어 발표했다.
발표를 끝내고 부서원들로부터 여러 질문을 받고 답변한다. 특별히 까다로운 것이 없어서 좋게 넘어가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듣기 힘든 피드백(feedback) 차례다. 모두들 내용이 매우 훌륭하다고 한다.
그런데, 평소 중요한 회의 때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러 가는 눈치 없는 주 차장이 갑자기 일어난다. 그리고 한마디 날린다.
“이 내용은 여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한테는 안 어울립니다. 대신 집에 돌아가서 각자의 자녀들한테 소개해 주는 게 좋겠습니다. “
(내가 그걸 왜 모르겠니껴?)
PT에 참가한 연령이 30대에서 50대다. 학교를 졸업한 지 꽤 오래된 우리 모두가 꼭 읽어야 책이다.
내가 이 자료를 발표한 목적은, 진정한 독서법을 직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해력도 높이고 문장력도 향상하자고. 골프로 치자면 오래된 잘못된 어드레스를 바로잡아 타수를 줄이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주 차장의 피드백을 받고 김이 팍 샜다.
솔직히, 저 책에는 독서인의 90% 이상이 잘못된 방법으로 책을 고르고 독서를 하고 있으니 저자가 올바른 방법을 소개해준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간추리면,
독서의 목적은 생각을 넓히는 것이고,
총 4단계 주 Elementary - inspectiont - Analytical - Syntopical Reading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문고전을 원서로 읽되 총 4회 이상을 빠져들어 따져가며 읽으라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전달하고자 한 뜻은 이루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나 혼자라도 계속 이 길을 가야겠다.
그 이후로도 나는 이 책을 거의 성경 수준으로 대우하며 몇 년에 걸쳐 한 번씩 정독한다. 지금껏 거의 5번 이상은 읽은 듯한데…
오늘 아침 출근길 주차장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때 그 주 차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아니다! 이젠 주 부장이라 불러야 한다.)
한 손에 Financial Times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머리부터 훑더니 배에서 멈춘다. 그리고 묘한 표정을 짓는다. (또, ’무슨 소릴 하시려나?‘)
역시나 그렇지 세 마디로 묻는다.
“요즘도 10km 달리시나요?”
나는 대답한다.
"그럼요! “
두리번거리더니 또 묻는다.
"그런데 배가 왜 그래요?"
나는 웃으며 고향말로 대답한다.
“그만큼, 허리가 딱 들어 갔잖니껴?”
서로가 다른 뜻을 새기며 크게 웃는다.
사실 나는 속마음으로 "요즘도 독서를 많이 하시나요?" 또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시네요”를 기다렸는데.
불의타다!
불의타(不意打)는 불의의 타격 또는 급습을 뜻하는 법률용어다. 고시계에서 전혀 예상 못한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많이 쓴다.
다음에 또 그렇게 물어온다면,
“공인중개사 셤 본다고 다 붙디껴?”라고 해볼까?
아마 그는 올해 그 시험 네 번째 친다지…
아서라 말아라!
나는 철없는 어른이 아니라 관두련다. 대신 오늘부터 현재 먹는 양을 70%로 줄이고 또 운동 항목에 윗몸일으키기도 넣어야겠다.
맞는 표현인지는 몰라도,
상생(相生, 형이상학)이 상극(相剋, 변증법)이고, 상극이 상생이라는 생극론(生剋論)을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구체화하여 차등을 비판하고, 평등을 대안으로 삼는 단계를 넘어, 대등의 관계로 까지 나아가는 전략적 구성을 실천하기 위해 나의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참고로, 생극론(生剋論)은 내 고향(경북 영양군 일월면) 출신 조동일 교수님의 주장이다.
안타깝게도 그때 내가 발표한 PT 내용은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