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법인 민법의 온전한 공부를 하려면 절차법인 민사소송법의 이해가 필수불가결하다. 또, 형법과 행정법 그리고 헌법의 유기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다. 공부는 깊이 하면 할수록 늘 이런 식이다. 여전히 갈길이 멀다.
민법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독학으로 공부해 오던 신민사소송법(이시윤)을 이번에 다시 입문서로 정리한다. 교재는 이시윤 박사의 역사, 사례와 함께하는 민사소송법입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이 공간에 올리는 글의 내용은 절대 글쓴이의 자랑 또는 잘난 척이 아니다. 이 나이에 그리고 이 위치에 그렇게 해봐야 나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나를 깨우쳐 남을 돕는다’며 산림처사(山林處士)를 꿈꾼다고 버젓이 떠벌려 놓고 이 공간에서 자랑질을 일삼는다면 나이를 거꾸로 먹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쨌든, 내 글을 읽는 분들은 독서를 이렇게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나의 짧은 경험을 가지고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글쓴이는 그동안 이 책 저 책을 살펴 읽다가 몇 년 전부터 Karl Marx의 Capital I•II•III을 바탕으로 민법과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할 철학이자 사상인 불교의 원효사상(元曉思想)을 깊게 공부하고 있다. 그 까닭은 세 과목이 모두 하나의 원류인 Capitalism 또는 Neo-liberalism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평생을 두고 공부할 생각이다.
그동안 독서에 관하여 올린 글 가운데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을 간추리면 이렇다.
우선, 무엇이든지 원서(영어 또는 한글)를 읽되 최소한 3번 이상을 정독하고 또 입문서와 참고서(주석서)를 읽고 필요하면 번역서도 본다.
YouTube를 찾아서 해당 고전의 강의 동영상이 있으면 듣는다. 또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에서 만든 철학 해제, 즉 토픽맵에 기초한 철학 고전 텍스트들의 체계적 분석 연구와 디지털 철학 지식지도 구축을 목적으로 만든 자료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 읽어본다.
※ 종이책 사용법
이렇게 하여 한 작품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서 해당 철학자 또는 저자의 다른 대표 작품을 모두 찾아본다. 가급적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부터 거꾸로 들어가며 읽는다. 그 까닭은, 어느 학자이던지 말년으로 가면서 자신이 일생 동안 연구한 사상이나 철학체계가 완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간단명료하게 정의되어 앞에서 이해가 잘 되지 않던 부분이 쉽게 풀리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법학교수들도 기본 교과서를 집필하고 은퇴 후에 입문서나 교양도서를 많이 남기는데 그런 책을 읽어보면 자신이 연구한 전공과목의 대중화 및 민주화를 위한 마음이 많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들이 남긴 짧고 간결한 문체가 읽기는 쉬울지는 몰라도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녹록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치 시사에 관한 한 최고급 영어 수준의 잡지인 The Economist의 문체처럼 말이다.
이렇게 한 학자의 작품을 모두 읽다 보면 그의 학문과 사상체계가 정립이 되고 또 그가 표본으로 삼은 다른 멘토 학자나 그와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는 학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그들을 쫓아가면서 공부하면 된다. 다시 말해 Syntopical Reading을 실천한다. 이것은 비슷한 주제를 가진 여러 책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통합적 독서 방법이다.
또한, 여러 가지의 책을 동시에 읽는 초병렬 독서법도 병행하고 있다. 나루케 마코토가 주창한 ‘초병렬 독서법’은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에 쌓아두고 다양한 책을 동시에 섭렵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법은 나처럼 한 가지 주제로 여러 책을 깊게 파고드는 경우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최소 1 회독 이상을 한 책을 펼치는 게 좋겠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현재 출•퇴근 시에는 David Harvey의 A Companion to Marx’s Grundrisse를, 집에서는 David Harvey의 A Companion to Marx’s Capital과 Ayn Rand의 Atlas Shrugged를 읽고 있다. 앞의 두 권의 책은 자본주의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하는 내용이며 Ayn Rand의 저작은 이를 옹호하는 철학소설이다.
참고로 The Economist와 Financial Times는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자유주의(Liberalism)의 대변지이므로 이들도 함께 하면 좌•우 양면의 시각을 골고루 갖추게 되므로 정치와 경제에 관한 한 공평의 견지에서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서 최초에 공부했던 작품으로 다시 돌아가 그 내용을 읽어가면 예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 나타나거나 어렴풋이 알고 넘어갔던 일반적•추상적 사실이 개별적•구체적으로 나타나며 그 뜻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 즉 ”한 놈만 죽도록 패는 독서전략“은 철학자는 물론 다른 분야 학자들의 저작에도 공통으로 적용하는 나만의 독서법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어느 정도 책을 읽고 나서는 자기의 관심분야를 특정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넓고 깊게 파 들어 감으로써 생길 것으로 본다.
이 책 저 책 산만하게 읽어보니 나중에 남아 있는 것이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