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目的)이란, 꿈 따위를 이루려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을 뜻한다.
이에 견주어, 목표(目標)란,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지향하는 실제적 대상으로 삼음 또는 그 대상을 말한다.
한말로, 목적은 추상적인 지식, 신념, 행동에 관한 기대치고, 목표는 구체적이고 시간의 한계를 분명히 두는 것이다.
천생이 길치라 등산도 치밀하게 못한다. 그리고 어리바리하다가 자주 길을 헤맨다. 이 때문에 등산에 관한 글은 자세히 쓸 수 없다. 내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과천에서 출발하여 연주암을 거처 연주대로 올라가는 관악산 등산길이 있다. 대략 3km 거리에 90분쯤 걸린다. 이 산을 처음 타는 사람들은 산에 돌이 많아 꽤 힘이 드는 모양이다.
연주암에 도달하면 관악산에 올라왔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연주사에서 주는 절밥을 먹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나도 그랬다. 그러나, 20분만 더 올라가면 연주대가 나온다. 거기로 올라가면 연주암에서 본 것과 다른 차원의 세상이 펼쳐진다. 연주암에서는 작은 과천시만 아름답게 보일 뿐이다.
그러나, 관악산의 정상인 연주대로 가면, 과천은 물론 안양, 의왕, 광명시와 서울 전역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상•하•좌•우에 있는 먼 곳을 모두 바라볼 수 있다. 찐한 감동의 물결이다. 다른 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마, 이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느끼려 등산을 하는 것이리라!
독서도 공부도 마라톤도 매한가지다!
목표치의 3분의 1까지는 힘이 많이 든다. 하나, 그곳만 지나면 Runner's High라 하여 거기부터는 상쾌한 기분으로 달려 나간다. 하지만, 산 꼭대기에 오르기 바로 앞에서 기진맥진하여 연주암에서 그랬던 것처럼 많이 멈춘다. 그리고 스스로 만족하며 위안을 삼는다. 어데 가서 마라톤 해봤다 한다.
인문고전원서 읽기도 똑같다.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또 그것을 다 읽어봤다 너스레를 떤다.
관악산 등산길에서 연주암에 머무르는 삶의 보기로 ‘TOEIC 고득점 도달과 어학연수, 학사•석사•박사 학위 취득, 전문자격증 취득 그리고 회사 입사 따위’를 들 수 있다.
목적과 목표를 제대로 분별할 줄 몰라 겨우 뒤의 것을 이루고는 그냥 푹 눌러앉는다. 그리고 스스로를 달래며 만족스럽게 산다. 더 이상의 진전은 사치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가령, 천자문을 떼고 나면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읽어야 하며, 박사•전문가 자격을 따고는 온전한 공부를 하여 학자와 전문가의 길을 가야 한다. 물론, 학사와 석사도 제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또, 운전면허증을 따고는 산과 들과 바닷길을 찾아 차를 몰고 다니며 직관을 얻으며 참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장롱에만 넣어둘 거면 뭐 하러 땄나? 많은 투자로 딴 자격(면허)이 특별권력이라 보상을 바랄 건가?
얼빠진 짓 그만하자!
영어도 똑같다. 내가 겪어보니 TOEIC의 기본점수 취득은 겨우 운전면허증을 딴 것에 불과하더라. 영어구사 택도 없더라. 기본점수를 따 놓고도 남의 눈높이에 맞춰, 더 높은 점수를 얻으려 하지 말고 이제는 진짜 공부해야지.
어떻게 하냐고?
영자신문과 잡지 그리고 원서를 집어 들어야지. 이왕 하는 거 소설과 자기 계발서에만 머물지 말고 인문•사회•자연고전과 현실의 정치•경제학 도서도 넘어서야지. 그리고 눈빛이 종이의 뒷면을 뚫도록 글자를 읽어야 할 것 아닌가!
어떤 책이든 최소 세 번 이상 읽고 나서 ‘나도 그것을 읽었다’고 해야지. 책의 내용을 얼개라도 맞추려면 그 정도는 해내야지!
이 글의 결론 겸 마무리를 자작시로 갈음한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토익(TOEIC) 공부를 그만두고,
생각을 넓히려는 독서를 하려면 잡서는 멀리하고,
참 배움을 하려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스펙 만 쌓기)는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