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연 Apr 24. 2023

웃긴 이야기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웃긴 이야기 세 개가 있다. 처음엔 배꼽을 잡고 웃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코팅이 벗겨진 당위정처럼 씁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웃긴 이야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첫째는 누군가 죽어서 천국에 갔다. 베드로가 나와서 천국의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었다. 과연 천국은 아름다웠다. 미처 생각지 못한 완전한 세상을 구경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그에게 베드로가 다급한 소리로 말했다.

“수그려요.”

어떤 울타리 아래를 지나는 중이었다.

그는 얼결에 머리와 허리를 굽히고 베드로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그 담 밑을 통과했다.

“저 안에 뭐가 있길래 그래요?”

“(     )종교인들이요.”

“그런데요?”

“자기들만 천국에 온 줄 알거든요.”     


  두 번째는 어떤 사람이 술을 잔뜩 먹고 밤늦게 택시를 탔다.

  “손님. 합석 좀 해도 될까요?”

  한동안 밤길을 달리던 기사가 그에게 물었다. 오래전엔 방향이 같으면 종종 합석도 하곤 했다.

  “네에. 그러세요.”

  졸던 그가 얼결에 대답하며 보니, 길가에 웬 여자가 소복을 입고 서서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앞 좌석에 여자가 타는 걸 보고 그는 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차가 요동치는 느낌에 잠이 깬 그가 눈을 떴다. 앞자리에 택시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차는 가는 건지 흔들리는 건지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눈을 비비며 사태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소복을 입은 여자의 얼굴이 창밖에 나타났다. 흠칫 놀란 그는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들었다. 여자는 곧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여자가 큰소리로 말했다.

  “깼으면 당신도 나와서 밀어!”


  세 번째는 지옥 얘기다. 누군가 죽어서 지옥에 갔다. 이번엔 악마와 함께 지옥을 투어 했다.

  “너에겐 선택권이 있다. 다 보고 어디로 갈지 말해라.”

  아무리 둘러봐도 갈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모두들 똥물에 반신욕 자세로 앉아 있는 곳을 발견했다. 그나마 나아 보였다.

  “여기로 할게요.”

  그가 들어가 앉자마자 사이렌이 울렸다.

  “잠수!”

  천년에 한 번 1분간 나와 있던 중이었다나.      


  나는 왜 ‘울타리 안의 사람들, 착시, 그나마 나은 순간은 1분 정도’라는 말에 그렇게 웃었고, 지금까지 가장 우스운 이야기로 기억하는 걸까.


  당신을 가장 웃긴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작가의 이전글 잠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