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연 Jun 12. 2023

갑자기 소나기

  마트에서 나오는 순간 바닥에 점점이 찍힌 비의 발자국이 보였다. 

  “앗, 비 오네.”

  구름이 빠른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르다가 무거워진 몸에서 후드득 수분을 털어내고 있었다. 

오후 세 시, 나오기 전 비는 다섯 시부터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우산도 안 가져왔는데……. 나는 바람막이 점퍼에 달린 후드를 당겨 쓰고 걸음을 빨리했다. 점퍼 위로 투둑투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바람막이는 과연 바람만 막았고 물기를 착실히 흡수해 몸에 착 달라붙었다. 한 손에는 키친타월, 다른 손에는 갑 티슈, 어깨엔 오이와 두부 양파, 바나나 따위가 든 장바구니를 걸친 터라 뛰어갈 수도 없었다. 


  유리 칸막이가 있는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그곳으로 들어가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그치기는 할까? 계속 내리면 어떡하지, 따위의 걱정을 하며 버스가 다가올 때마다 돌아서서 타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먼 미래는 고사하고 1분 앞도 모를 일이었다. 


  얼마 후, 다행히 비가 그쳤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나왔다. 작은 공원을 가로질렀다. 비 맞은 나무와 풀이 싱싱한 여름 향기를 품어냈다. 걸으면서 몇 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동안 붙들고만 있던 흔한 불안을 들여다보고 다독일 용기가 생겼다.           

작가의 이전글 늦은 밤 도서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