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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Jun 05. 2023

늦은 밤 도서관



  저녁 여덟 시에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할 겸 산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 도서관에 간 건 처음이었다. 당연히 문이 닫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입구에 있는 반납함에 넣고 올 계획이었다. 

  

  도서관 건물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유리문에 적힌 걸 확인해 보니 이용시간이 밤 열 시까지였다. 책을 반납하고 온 김에 빌릴 책을 몇 개 가져와 텅 비다시피 한 열람실에 앉아 읽었다. 처음엔 아크릴 칸막이가 있는 둥근 테이블에 앉았다가 입구 가까이에 있는 소파로 가 앉았다. 그곳에서만 들리게 클래식 음악이 조용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른 책을 뒤적여 무작위로 한두 페이지를 읽다가 단편 하나를 다 읽은 후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엔 참 다재다능한 사람이 많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긴 해도 완전히 낯선 작가였는데 글이 맘에 들었다. 

  

  아홉 시 반쯤 도서관을 나왔다. 근처의 놀이터에서 누군가 농구공을 튀기는 소리가 텅텅 들려왔다. 집으로 가는 가까운 길을 놔두고 일부러 잘 다니지 않던 길로만 방향을 잡아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초승달이 난시 때문에 겹쳐 식탁 위에 남겨두고 온 두 개의 바나나처럼 보였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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