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대형이나 힙한 인스타 감성 카페는 선호하지 않는다. 깔끔하고 가로수일지라도 창밖에 나무가 보이는 곳이면 좋고, 커피가 맛있으면 더욱 좋다. 누군가와 함께 갈 때도 있지만 혼자 갈 때는 한두 시간 책을 읽거나 노트에 글을 쓴다. 내 일상을 아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종종 선물하는 커피 카드 덕분에 스벅에도 자주 간다.
몇 달째 바리스타의 솜씨가 나아지지 않는 스벅이 있다. 나는 주로 따뜻한 라테를 마시는데, 처음 그 사람의 라테를 받았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성긴 거품이 컵 가장자리에 조금 붙어 있는 커피는 온도도 미지근했다.
"저기요. 지난번에도 이런 모양의 커피를 마셨는데, 맛이 별로였어요."
얼마 후 또다시 같은 커피를 받아 들었을 땐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손님......." 창밖을 보며 커피를 반쯤 마셨을 때, 누군가 다가와 말했다. "다시 만들어봤어요. 죄송합니다." 직원이 라테 한잔을 들고 서 있었다.
"어, 네. 감,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받은 커피를 맛보았다. 모양새는 여전했지만 뜨거워서 좀 나았다.
그날 밤 나는 추가로 마신 공짜 커피 덕에 더 오래도록 뒤척이며 잠의 언저리를 맴돌았다. 그 후에 몇 번 같은 매장에 갔을 때는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거품이 폭폭한 라테 위에 또렷한 하트까지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그때와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그 매장을 찾았다. 무심코 라테를 주문했고 받아 든 순간 알았다. 0.5퍼센트의 거품이 말하고 있었다. 아직도 고군분투 중인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을. 자리로 가져와 맛을 보았다. 뜨거운 건 합격. 고개를 돌려 카운터를 보았다. 네 명의 직원 중 라테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실력이 일취월장하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가장 맛있는 라테를 만드는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