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투 Dec 25. 2023

나의 미운 사람들에게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라고 했으니


계절이 어느새 이렇게 또 흘러버렸는지

더웠던 여름이 엊그제 같다는 시시한 말을

내뱉으면서 고개를 들어보면 성큼 12월이

다가왔음을 코로, 얼어붙은 뺨으로 실감한다.


나의 일상은 똑같은데 사소하게 바뀌는 모습들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더라.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는 게

몇 달 전보다 좀 더 고통스러워졌고

버스 안의 사람들의 부피는 커지고 바스락 거리며

나오는 노래도 묘하게 잔잔하고 차분하더라.


나는 가끔 문득문득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며 

내 사람들을 떠올리곤 한다. 다들 잘 지내나,

머릿속으로 희미한 물음표를 그리다보면

가끔 이렇게, 문득 보고싶은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는 귀한 날도 있다.


그날도 여느때와 똑같이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하고 있었다. 휴대폰 울리는 진동에

슬쩍 화면을 흘겨본다.


보고싶은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더라.


날이 추워졌으니 밥을 잘 챙겨 먹고

옷을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는.

그러면서 짤막하게 보고싶다고-.


그런데 그 순간 그 말이 너무나 밉더라.

당신이 내게 건네는 그 다정한 말들이

나는 너무나 밉더라.


보고싶은데도 얼굴 한번 안 보여주면서,

나에게는 시간 하나 내어주지 않으면서

어찌나 그렇게 다정한 말을 할 수가 있는지.

너무 너무 원망스럽고 밉더라.


한동안 보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 사람을 떠올리며 밥은 잘 먹는지,

별 일은 없은 없는지. 나의 일상도 여유가

없던 터라 쉽게 얼굴 한번 보자는 말은 못하고

나 역시 책임감 없는 다정만을 던져놓고 왔다.


아, 그래서 너 또한 나에게 이런 아픔을 주는 건가?

너도 그 순간 내가 이렇게 미웠을까.


휴대폰을 꽤나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미워서. 어떻게 상처를 줄까.

서운했다. 너무 보고싶었는데, 이제야 연락을 주고

그마저도 바빴는지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또 사라지는 무책임한 다정을 보고.


'괜찮아, 다 이해해'

그러나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큰 내가,

먼저 무책임한 다정으로 상처입힌 나는,

할 수 있는 게 이해밖에 없는데.


다 이해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다 이해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래, 얘기한 것처럼 다 괜찮다.

다 이해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나의 미운 사람들이여,

나는 다 이해한다. 당신의 모든 것들을,

나는 다 이해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