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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투 Dec 25. 2023

일상의 틈에

보고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의 일상을 얘기하자면,

아침 7시 40분쯤에 일어나 씻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8시 30분쯤엔 밥을 먹고 9시 5분쯤엔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고 매일 보는 출근길 풍경에서

나는 보고싶은 사람을 떠올린다.

아직까지 자고 있을 그 사람의 머리칼을

조용히 넘기는 상상을 하면서.

부드럽게 감겨있는 두 눈과 길게 뻗은

속눈썹을 생각하면서.


버스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직장이 나온다.

버스에서 내려 5분에서 신호등이 막히면 10분정도,

짧게 걸어가는 길목은 지어진지 얼마 안 된

신축 아파트 사이에 끼어있는데 그 길 위에 펼쳐진

하늘의 풍경이 항상 예쁘다. 하얀 건물들 위로

시원하게 펼쳐진 파란 하늘. 그림으로 그린 듯

커다랗게 서 있는 종탑 밑을 지날 때면 나는 꺼진

휴대폰에 대고 너에게 말을 건다.


날씨가 이렇게 좋아서, 생각이 났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함께 있지 못해서 아쉽다.

서운하고, 화가난다.

항상 밉다는 말로 답장 없는 전화를 마무리한다.


회사에 가면 겉옷을 옷걸이에 걸어두고, 신발을 갈아신고

출근 지문을 찍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나마 하루 중에서 가장 마음이 편한 시간이

일하는 시간이랄까. 일에 집중하다보면 종종

미운 그 사람을 까먹는다.


그러다 점심 먹는 시간, 밥을 먹고 짧게

쉬는 시간이 생기면 휴대폰을 본다.

멍청하게도 여전히 너한테서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하다보다. 그러면서 연락 하나 주지 않는

그 사람이 밉다고 또 짧게 미워한다.


녹초가 되어 다시 아침에 탄 버스에 오르고

두 눈을 감고 흔들리는 버스 창가에 기댄다.

그리고 또 말을 건다. 


오늘 너의 하루는 어땠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내 생각은 나지 않았었는지.

하루종일 참았던 말들이 속에서 들끓는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걷는 그 짧은 순간에

또 꺼진 휴대폰에 대고 닿지 않을 원망의 말들을 한다.

나는 당신이 너무나 밉다고.

내가 당신에게 연락 하나 받지 못할정도로

나쁜 사람이었냐고.


시간이 약이라던데, 내 일상의 틈은

여전히 아물지 않고 균열하고 벌어지고

엉성하게 들러붙었다가 다시 또 터져버린다.

그래, 차라리 다 터져버려라.

더이상 뭐 하나 남는 것도 없게.


아침에 해가 뜨면 달라지길 기도하며

그렇게 또, 또, 눈물로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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