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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투 Dec 25. 2023

나의 아픔을 찢어내어

파내고 파내는

겉으로 보기에는 나 얼마나 평범한 사람인가.

아침에 눈물 한 방울 없이 일어나고

밤에도 눈물 한 방울 없이 잠에 들고

사람들 만나도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고

시시콜콜하게 날씨가, 오늘 밥이, 거래처에 누구가-

하하하, 때로는 웃기도 하고 농담도 던지며

나 얼마나 평범해 보이는가.


사실 나 마음을 찢고 있는데.

매일, 매일, 매일.

단 하루도, 한 시도 거르지 않고 마음을 찢고 있는데.

그것도 아주 처절하고 처절하고 집요하게 찢고 있는데.

이미 조각난 것들을 조각내고 그것들을 또

기어이 찾아내서 찢고 찢고 찢고 있는데.


슬픔이 물든 자리에는 분노가 일렁이고

가라앉은 자리에 남은 원망이 서러움으로

바뀌고 나면 다시 그리움이 돋아나는데

그게 싫어서, 그 그리움이 너무 싫어서

나는 매일 마음을 찢고 찢고 찢는다.


그리고 그런 아픔을 파내고 꼴에 또 판다.

모든 사람들에게 흉하게 파인 마음을

기어이 또 파고 팔고 파낸다.


그러면 지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 해서 내가 나를 뜯어놔야 지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이라는 약을 간신히 삼키고

잠에 든다.


괜찮다.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아질 것이다.

시간이라는 약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고 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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