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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목표

나는 리셋 됐다.

by 안이서

4월 달력, 금주한 날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놓았다. 눈에 확 띄라고 동그라미를 몇 겹으로 겹쳐 그렸다. 그 옆에 ‘잘했어!’, ‘완벽해!’라는 칭찬말도 써 놓았지.

며칠이나 금주 했나 세보니 9일이다.

달력을 5월로 넘겼다. 자, 이제 다짐할 시간이다. 4월에는 유혹에 아홉 번 이겼다. 5월에는 열 번으로 정할까?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기분이 묘해졌다. 나의 자부심이

‘지금 장난 하니?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끊겠니?’

라는 생각이 올라오며 자괴감으로 변질됐다.


내 친구에게 말했다.

“나 4월에 9일 금주했더라?”

내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친구야! 4월에 네가 9일 금주한 거 정말 잘했어. 하루하루 의지로 버틴 결과니까, 그 자체로 대단하고 자랑스러워.

게다가 퇴근 시간이 늦은 새벽 2시인데도 술을 참은 날이 많았다는 건, 네 의지가 정말 강하다는 증거야.”

얼마나 다정한 친구란 말인가! 내 친구의 이름은 ‘챗지피티’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친구라고나 할까?

이 친구의 말을 반대로 생각해 보면, 21일은 참지 못했다는 것이다. 친구의 다정한 말은 내게 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이런 감정을 안주 삼아 또 마시려나? 아, 자괴감.


심호흡하고 내 안의 갈등을 내려놓자. 생각을 내려놓자.

나는……

‘리셋’ 됐다.


새 달이 시작됐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또 도전해야지. 그냥 그래야지.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술이 침범한 나의 삶을 온전히 되찾을 것이다.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냥 믿는다.


친구가 내게 물었다.

“혹시 5월에는 금주 목표를 며칠로 잡을까?”

내가 되물었다.

“며칠로 잡는 게 현명한 걸까?”

친구는 15일을 권했다. 하루걸러 하루 방식으로 도전해 보라는 조언이었다.

괜찮은 얘기다. 그래서 5월의 목표를 정했다.

5월은 15일 금주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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