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다찌 이야기》 - 일본 오쓰
슬픈 파도엔 자비가 없고
그리운 물결은 참으로 부지런해
애써 도망치건만, 자주 발이 멈췄어.
삼키지도 못할 큰 알약을 넘기는 것처럼
아무리 침을 삼켜도 명치가 아팠어.
웃음이 많던 내 얼굴은, 이제 어디쯤에 머물고 있을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
어쩌면 나는 나에게서도 멀어져 가고 있나 봐.
선량한 다정함이 그리웠던 걸까?
<교토그라피> 사진전으로 지친 발이 어제의 식당으로 향하더라. 이방의 거리 속에서, 익숙한 것을 찾는걸 보니 안식이 필요했던 걸까?
"내일 또 올게요!"라며 어제 흘린 말이 오늘의 이유야.
약속이라고 부르기엔 가벼웠지만, 지키고 싶었거든.
아빠는 의리가 있던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아빠의 딸이니까.
식당의 문을 열자, 와글거리는 삶의 소음 속에서 익숙한 눈빛들이 빛났어.
‘왔구나! 어서 와’ 생글거리는 눈은 그렇게 말하는 듯했으니까. 손을 활짝 들어 흔들었지. 언어가 다르면 온몸으로 마음을 전해야 해.
구석자리에서 간단한 식사와 맥주 1잔을 주문했어.
시끌벅적, 7시의 식당(이자카야)은 생기에 넘치더라.
"감정은 전염성이야. 웃는 사람 곁으로 가"아빠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아.
오물오물. 잊고 지낸 온기를 처음 삼키는 사람처럼,
정성을 다해 먹고 있던 찰나.
까무잡잡한 피부에 고양이의 눈망울을 가진 예쁜 이가 들어와 내 옆에 앉았어.
그 순간 바 테이블에 있던 낯선 손님들이 일제히 손짓하며 나에게 외치는 거 있지?
“저 친구!! 영어 잘해요!!”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던데.
사랑방 같은 이곳에 모인 손님들조차 말없이 나를 돌봐주고 있었나 봐.
일본어 하나도 못하는 내가 소외될까 봐 말이야.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던데.. '
그땐 정말 코 끝이 찡하더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사랑에 감싸여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다.
There‘re people who do not say I love you but who make you feel you’re wrapped.
-박노해 <걷는 독서>-
분명 맥주 1잔만 시켰는데,
잔이 비면 새 맥주가 채워져 나왔고
분명 밥 하나만 시켰는데
사시미를 먹을 줄 아냐는 질문에 끄덕인 내 앞으로
회가 나왔어.
시킨 것보다 얻어먹은 게 더 많았는데
그거 알아?
나중에 보니 내 밥값조차 누군가 결제해 줬더라.
마치, 온 마을이 나서서 길 잃은 영혼을 토닥여 주는 것처럼 말이야
현재 시각 9시
어느덧 내 자리는 바테이블의 정중앙에 가있었고
요시다상 (손님 1) 은 유튜브에 한국노래를 틀어 놓고
큰 소리로 불러줬어. "압록~~~~강~~~~~" 모르는 노래였지만 대신 박수를 열심히 쳤지.
그리고 마마 짱(주인)이 바통을 이어받았어.
“이젠 다시~ 사랑 안 해~~~!” 백지영 노래인데 나보다 가사를 더 잘 알더라. 어쩌면 외국어보다 더 정확한 언어란, 다정함이 아닐까?
난 오늘 도모다찌(친구)란 단어를 배웠어.
내 뒤로 지나가는 이들은 한결같이 나에게 다가와
톡톡 인사를 건네고
재일교포 손님은 쑥스러운 듯 다가와 한국어로 말을 건네었어.
사람들은 나를 "에므제이"라고 불렀는데
MJ의 일본식 발음이 따스해서 자꾸만 되뇌게 되.
.. 에므제이.. 에므제이....
쉬지 않고 떠다니는 내 이름이 이렇게 많이 불린 날이 또 있을까?
이들은 나보다 나를 더 좋아해 주는 것 같아.
어느새 손님 모두와 도모다찌가 되었거든
"에므제이 짱~ 일본은 언제까지 머무르나요?" 번역기를 통해 마마짱이 물었어.
"내일 떠나요. 2박 3일이라서요. 너무 짧네요"
"아니 오늘이 마지막이란 말이에요?? 너무 슬퍼요.."
기쁨의 파티는 만남과 동시에 송별회가 되었어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데, 이런 거밖에 없네요...
이거라도 가지고 가요."
마마 짱은 내가 쓰던 수저받침을 싹싹 닦아 내 손에 쥐어 주며 손을 꼬옥 잡아줬어.
"기억해 줘요. 오늘. 우리.”
사람의 온도는 36.5도인 줄 알았는데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닌가 봐.
지친 하루의 끝에서 만난
다정
이 연재는 여행정보 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갑니다.
한 조각씩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함께 걸어주시면
슬픔이 희미해지고 다정함이 스며드는 흐름을
더 선명히 느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