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fine, AND YOU?》- 일본 교토그라피 사진전
영어는 이렇게 묻지, “How are you?”
대답은 늘 같아. “I’m fine, thank you. And you?”
진짜 괜찮은지 묻지 않는 친절함.
그러니까, 나는 늘 Fine (괜찮아요)이라고 말하곤 해.
감정을 감추기에 딱 좋은 단어니까.
모닝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영국인 조니와 가벼운
스몰 토크를 나누니 묘하게 마음이 편하더라.
혼자 있을 때면 자꾸만 곤두박질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잠시 내려온 기분이야.
낯선 언어는 감정을 숨기기에 더 적합하니까.
Fine이란 말을 자꾸 하다 보면
나도 정말로 괜찮아지려나?
무계획인 내게 그는 교토에서 열리는
사진전 <교토그라피>를 추천해 주더라.
세계 3대 사진전인데 1년 중 딱 지금만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이야. 어차피 하염없이 걸을 거라면 그 어디든 상관없으니. 거길 가볼까 해
교토에 도착해서는 지도도 켜지 않고, 길도 묻지 않고 다녔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지도 없이도 오늘은 괜찮을 것 같았거든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걷던 발길이 순간 멈췄어.
어떤 시선이, 그 프레임 너머에서 나를 붙잡았거든.
—‘아… 아빠?’
새빨간 열매를 두 손 가득 담고 있는 아이의 손
그것을 감싼 투박하고 거친 아버지의 손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이겨낸 가난한 손
그 손으로 감싸고 있던 건,
과일이 아니라 아이의 손이었어.
아이는 양손 가득 과일을 손에 쥐고 얼마나 기뻤을까.
아비는 아이를 보며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리고 나는 알았어.
우리 아빠의 손도 그랬다는 걸.
그 순간 사진 앞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어
꽁꽁 숨겨둔 그 깊은 곳의 무언가가 말이야
코로나가 지독하던 그 겨울. 마스크 2장을 사기 위해
칼바람 속 기나긴 줄을 견뎌내야 했던 그 시기.
그날도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현관문에 검은 봉지가 걸려 있더라고.
아빠가 다녀간 흔적이었어.
다급히 전화기를 열어보니 아빠의 문자가 와있었어.
“마수크 잘하고 다녀. 코루나 걸리면 아프데. 날이 너무 추어서 손가락이 안움직임 오타가 만네”
얼른 답장했지 “아빠, 이렇게 추운데 왜 그렇게 고생하고 그래... 마스크는 아빠 쓰지..”
“아빠는 괜찮아.”
그때 아빠에게 고맙다고 말할걸,
아빠의 사랑에 감동했다고 말해줄걸
아빠를 잃고서야 재생되는 나의 후회를 어떻게 해야 지울 수 있는 걸까?
그때의 아빠의 fine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그 ‘괜찮아’는, 가장 조용한 이별 인사였던 건 아닐까?
한참을 울고서도 그 사진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어.
처음엔 과일을 쳐다보다.
나중엔 아버지의 손을 한없이 바라보면서 말이야.
그리고 “아빠는 괜찮아.” 그 말 안에,
아프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다 들어있었구나.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됐어.
내가 아직 다 울지 못한 사람이었다는 걸.
마침내 이곳에 와서야 마음껏 토해낼 수 있었다는 걸
“슬픔은 사랑의 댓가야
노래는 끝났지만, 그 멜로디는 남아."
이 연재는 여행정보 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갑니다.
한 조각씩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함께 걸어주시면
슬픔이 희미해지고 다정함이 스며드는 흐름을
더 선명히 느끼실 수 있어요.